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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 ㅣ 창비청소년문학 52
존 코리 웨일리 지음, 이석연 옮김 / 창비 / 2013년 8월
평점 :
미국 남부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소년 컬런은 마약중독에 빠진 사촌형 오슬로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엄마와 동생인 가브리엘과 함께 안치소를 다녀왔다.
그 뒤 마을에서 가장 예쁘다고 알려진 에이다 테일러와 사귀었던 남자애들이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자
죽음의 존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컬런의 가장 가까운 친구 루커스는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알콜중독자가 된 형이 교통사고로
죽은 상처를 캐런과의 우정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컬런이 살고 있는 반대편 아프리카 땅에는 선교를 하기위해 에티오피아에 온 열 여덟 살 소년 벤턴이 있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는 어린 소년 벤턴이 하느님의 종으로 살기를 원해 성경을 외우게 하고 아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선교사의 길을 걷게 한다. 하지만 선교사의 길이 맞지 않음을 알게된 벤턴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는 날 자살하고 만다.

벤턴의 룸메이트였던 캐벗은 룸메이트의 짐을 정리하다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벤턴이 남긴 성경구절의
의미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3년동안 신학공부를 하던 캐벗은 동생과 함께 영화관에 갔다가 앨마를 만나게 된다.
캐벗과 앨마는 결국 결혼하게 되었지만 앨마는 무능한 캐벗을 떠나게 된다.
서로 만난적이 없었던 컬런과 밴턴, 캐벗과 앨마의 연결 고리는 결국 컬런의 동생인 가브리엘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환자가 된 에이다와 사귀게 된 컬런은 에이다가 다시 예전남자친구에게로
돌아가자 앨마를 만나기 시작한다.
앨마가 떠나고 상심에 빠진 캐벗은 앨마를 찾아 헤매다가 컬런이 앨마의 새 남자친구가 되었음을 알게된다.
앨마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컬런을 찾아 나섰던 캐벗은 엉뚱하게도 동생인 가브리엘을 캐런으로 알고 납치하게 된다.
가브리엘이 실종된 후 컬런의 엄마는 정신적인 방황에 빠지고 아빠는 생업마저 포기하기에 이른다.
컬런은 가브리엘이 시체로 발견되는 상상을 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나날을 지내게 된다.
누구에게나 어둠과도 같은 시간을 지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나 죽음은 정신적인 공황을 초래한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이별은 온 우주를 등에 업은 것같은 무게감을 준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고 빛나는 햇살아래로 나아가는 것.
미국의 소도시에서 그저 그렇게 성장하는 소년들의 삶을 통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미국이든 아프리카든 고만고만한 아픔을 겪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있다.
이 소설은 두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결국 한 점에서 만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한 점에서 만나 열 다섯살 소년이 실종되는 사건의 빌미가 된다.

실종되기 전 동생인 가브리엘은 형 컬런에게 이렇게 말한다.
"형, 우리는 아직 인간을 포기해서는 안돼. 누구한테나 새 출발의 기회가 있는 거 알아?
홍수가 난 다음의 노아처럼 다시 시작하면 돼. 인간이 아무리 악해지더라도 어떻게든 새롭게
출발할 기회는 있는거야."
동생의 이름이 대천사 가브리엘의 이름인 것은 결코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남루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가브리엘의 이 말이 등대불처럼 반짝거린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