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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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비평가이자 젊은 지식인 이라는 사사키 아타루가 책과

혁명에 대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담아낸 에세이를 읽기 전 그가 이 작품을 쓰기 전 같은 소재로

썼다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보았다.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역시 책과 혁명에 관한 생각을 자유롭게

쓴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루터를 비롯하여 마호메트, 니체,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버지니아

울프같은 수많은 개혁과와 문학가, 철학가를 통해 '책이 곧 혁명'임을 주장한다.

어째서 '책'이 곧 '혁명'이 될 수 있는가.

지나온 역사속에 등장한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가들에게 책은 일종의 도화선과 다름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책은 죽은 책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 깨달았다면 과감한

실행을 통해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단지 생각하고 실행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책이 그저 '읽고 마는 것'에 그쳤지만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에게 책은 곧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생각하고 실천하는 매개체가 되었기에 '책이 곧 혁명'인 셈이다.

 

 

결국 책을 구성하는 '읽고 쓰는 것이 세계를 바꾸는 변혁의 중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전작들을 둘러보지 않고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혁명은 오직 문학으로부터 일어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이다.

 

 

'말 또한 스스로 발화할 때는 삶을 체득하지만, 그것은 찰나일 뿐이며 찰나만이

염주 알처럼 이어져 있는 감각이랄까요?....즉 말은 정의하는 것이지만,

실은 답답한 것이 아닐겁니다.'  -37p-

 

'글은 곧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며 진솔하게 계속 써나감으로써 언어는 불가능한 것이면서도

계속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37p

 

아쿠타카와상 수상자인 작가 '아사부키 마리코'는 말과 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글은 영속성을 지닌 존재이며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매체인 셈이다.

 

 

'여러분 철학을 공부하십시오. 하지만 창작 활동에서는 자신이 쌓아온 지식을 한순간 불꽃 속에

태워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아까워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완전히 잊을 정도로 그것을 제로로 해버려야 합니다. 지식은 은행의 예금계좌가 아닙니다.'

 

스스로 '철학자'임을 밝히는 사사키는 우리에게 '철학을 공부하라'고 말한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철학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씨앗과도 같다는 말일 것이다.

 

작가는 작가이자 극작가 클라이스트의 '칠레의 지진'과 20세기 최대의 시인이라고 생각하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라는 제목에 시구를 빌려올 정도로 각별한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의 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글쎄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다면 이 책이 좀 더 쉽게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을 꼭 읽어야만 할 이 책에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적혀있다.

특히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운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평소에 책을 읽는다고 노력했건만 읽는 내내 '치열한 무력감'을 느낀 책이 되었다.

분명 누구에겐가는 '포만감'을 주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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