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캄캄한 밤, 기차에서 한 여인이 만삭의 몸으로 고향을 향하고 있었다.

출산예정일은 아직 이 십여일이나 남았지만 흔들리는 기차에서 오랜시간 시달려서 인지

갑작스럽게 화장실에서 태어나 선로에 떨어지고 말았다.

'기차가 낳은 아이'는 선로 보수원인 양진바오에 의해 발견되어 그의 아들로 자라게 된다.

'양페이'라 이름 지어진 아이는 마침 삼일 전에 딸을 낳은 리웬전 아줌마의 젖을 먹으며 자란다.

그가 대학 4학년일 때 그의 친엄마가 그를 찾아왔다.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했던 양페이는 친부모의 출현이 그리 반갑지 않았고 어리둥절 하기만 했다.

자신을 키우느라 긴머리처녀와의 사랑도 포기하고 스무살부터 자신을 키워준 양아버지의 사랑이

너무 충만했기 때문이었다.

 

 

친부모에게 돌아간 양폐이는 친형과 누나, 친부모가 한집에 살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싸움을

본 후 다시 양진바오에게 돌아간다. 그에게 진정한 아버지는 양진바오라고 더욱 더 확신하게 된다.

 

졸업 후, 직장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리칭을 만나게 된 양페이는 수줍은 성격때문에 다가서지 못했지만

양페이의 성실함에 매료된 리칭의 대시로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홍보부차장을 맡을 만큼 사교적이고 아름다운 아내 리칭은 출장길에서 만난 남자와 눈이 맞아

그를 떠나고 만다. 성공이라는 욕망에 사랑을 배신한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그녀는 말한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양폐이는 답한다. "나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해."

 

림프액에 걸린 양아버지와 살던 양페이는 죽음이 가까워진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아버지의 고향까지 가지만 그를 찾지 못한다.

직장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잃은 양페이는 단골 식당에서 그의 전 아내 리칭이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읽게되고 마침 불이난 식당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음의 세계로 인도된 양페이는 그 곳에서 사랑했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전아내 리칭이 왜 자살을 했는지,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린 리웬전 아주머니, 그리고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사라져버린 양아버지 양진바오까지.

 

제 7일이란 제목은 성경에서 천지를 창조하고 안식을 맞는 내용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허삼관 매혈기'로 근대화에 들어선 중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던 작가의 필력은 여지없이

발휘된다.

마침 엊그제 읽었던 조정래의 '정글만리'에서 다뤘던 비상하는 용 중국의 실상과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도시건설을 위해 무고한 양민의 집을 거저 빼앗다시피하고 철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집안에 있어도

그대로 철거를 감행하는 무모함.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도 내지 않은 채 업체들에게 음식값을 떠 넘기는 관료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혹은 자살한 애인의 묘지를 사주기 위해 신장을 파는 가난한 남자들.

 

 

화려한 스카이라인에 묻혀 빛도 들지 않는 지하셋방에서 배고픔을 견디는 수많은 빈민가의 사람들.

 

'...무시 당하기 싫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울었어요. 정말 슬프게 울었어요. 그한테 화가 나서

운 게 아니라 이 사회가 너무 불공평해서 울었어요.' -289p

 

가난한 갓난 아이들의 치료를 거부하고 시신마저 쓰레기 취급하는 병원들.

거대한 쇼핑몰의 화재로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를 속여가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들.

 

위화는 묘지를 살 돈도 없이 쓸쓸하게 죽어간 영혼들의 세계를 개발바람에 휩싸인 중국의 현실로

비유하여 실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한 채 떠돌아야 하는 가여운 인생들은 중국의 현대개발바람에 쓰러져간

억울한 사람들이다. 살아 생전 가장 인상적인 곳을 떠돌며 살아온 추억을 더듬는 영혼들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저려온다.

욕망에 눈이 먼 인간들은 사후의 세계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여전히 돈을 쫒아 힘 없고 가여운 인생들을 짓밟는 사람들도 결국은 가야할 그 길에서 VIP 대접을

받건만, 그 곳에서 조차 버림받고 떠도는 무리들의 슬픔은 결코 소설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어둔 곳에 숨죽여 살고 있는 가여운 인생들이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