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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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저뚱의 아들이 6.25때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중국의 역사는 달라졌을까.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며 수많은 가정을 한다.

우리가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면 민족 분단을 아픔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거나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하는식의.

 

일본이 세계에 저지른 만행중 우리는 일부만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침탈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노동을 착취당하고 죽어갔던 사실 이외에도 일본의 만행은 처참하기만 했다.

난징대학살의 현장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지옥이었을 것이다.

체면과 위신을 중히 여기는 중국인들에게 일본의 침략자체도 분했겠지만 상상하기 힘들만큼

짓밟은 그 현장의 기억은 젊은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최근 영토분쟁을 겪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이다오)사건이 벌어지자 중국인들이 보여준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통해 알수 있다.

일본을 향한 중국인들의 시선은 한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벌이고 있는 동북아공정을 보노라면 중국인들의 자기식의 잣대를 보는 것같아 씁쓸

하기만 하다.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우르르 몰려갔던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인들의 특이한 문화와 이중적인

잣대때문에 혹은 길러준 주인을 물고 달아나는 개같은 배신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야 했다.

물론 진정으로 중국을 이해하고 섞이려 했던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그들에게도 우리 고유의 풍속처럼 어른을 공경하고 진정한 친구에게 곁을 내어주는 마음이 살아있기

때문에 단지 돈만 벌기 위해 그들을 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용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개방혁명으로 졸부가 된 리완싱과 고급공무원의 자리를 이용하여 부를 축첩하고 다른나라로

도망간 샹신원,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화려하게 중국의 비지니스시장을 섭렵했던 왕링링.

바로 이 사람들이 현재 중국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사람들의 모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뇌물과 부정으로 부를 축첩하는 관리를 눈감아주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중국당국의 정책에는 그들의 돈과 큰 연관이 있는 셈이다.

개혁의 돈줄을 틀어진 그들을 이용하여 부강한 국가를 만드는 것.

서양의 잣대로도 동양의 잣대로도 짚어지지 않는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와 사고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저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듯 중국만의 방식에 익숙해져야 할뿐.

 

 

오랜 공산국가의 억압에서 풀려난 중국사람들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세계시장을 휘젓고 있다.

불합리하고 어거지뿐인 것같은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과거 우리나라도 모습이 겹쳐져 있음을

이해하기로 한다.

갑작스런 물꼬트임이 불러온 부작용들은 이미 승천해버린 용의 나라 중국의 앞길에 방해가 되질

못한다는 것을.

 

"그래, 엉망인 것 같으면서도 진지하고,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 질서가 있고, 짝퉁천국이면서 이런

진귀한 것도 만들어내고, 알다가도 모를 나라야." -255p

 

고국으로 돌아가는 주재원을 보내는 송별회에서 일본의 주재원들은 이렇게 중국을 평한다.

여전히 오만한 시선으로 중국을 보는 일본이라면 영원히 중국을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자국의

욱일승천기와 자동차가 불태워지는 모욕을 몇 번이고 겪어야만 할 것이다.

 

오랜기간 종합상사의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전재광은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독립을 선언한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사람의 마음으로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을 공략했던 그라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같다.

자신의 후임으로 온 직원에게 전대광은 말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라.'

유대상술을 찜쪄먹을 중국인들이라도 어느 잣대로 재어도 가늠이 안되는 중국인들이라도 그의 말처럼

진정한 마음으로 중국을 사랑하다보면 부조리투성이의 정글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게 정책이 있다면 우리는 대책으로 맞서면 된다.

그게 정글이라고 불리는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인 셈이다.

노작가는 언제부터 중국을 이렇게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단순히 중국과 일본, 한국 역사에 관한 통찰을 넘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갈등까지 꿰뚫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놀랍기만 하다. 아니 태백산맥의 작가라면 당연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라는 손자의 말처럼 세계 1위가 눈앞에 있는 중국을 알기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종합선물셋트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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