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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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황화(黃河)의 이름은 미국의 그랜드캐넌을 닮은 황토고원에서

비롯 되었다. 황토로 이루어진 사선 절벽들이 장대하게 이어진 고원을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던

중국의 농부들을 위대함을 떠올리며 전대광은 시안으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상사원의 삶이란

어쩌면 농부의 삶보다 더 허망한 것임을 깨닫는다.

일본상사의 방해로 철강남품을 놓쳤던 김현곤을 만나기 위해 시안에 온 전대광은 상하이에

초대형 종합병원이 들어서는 프로젝트에 철강 10만톤 납품을 제안한다.

납품 좌절로 시안으로 좌천되었던 김현곤을 잊지 않고 시안까지 날아와준 전대광의 의리에

김현곤은 울음이 복받힐만큼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변방이 된 시안을 둘러보며 전대광과 김현곤은 중국의 거대한 역사 스케일에 감동을 받지만

그 거대함속에 숨겨진 중국 역사의 3대 폭군이었던 수나라 양제의 대운하와 당나라 현종의 아방궁,

불로장생을 꿈꾸며 만리장성을 쌓았던 진시황이 중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본다.

적어도 진시황제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관광지를 열어 먹고 살 길을 마련해준 것만은 확실했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부를 축척한 양아버지 왕이싼의 도움으로 중국의 비지니스 시장에 뛰어든 왕링링은

양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는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 이민자의 후손인 왕이싼은 중국인들만의 결집력과 끈기로 부를 축척하여 미국내의 또다른 중국이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을 건설한 대표적인 중국 화상이다.

양녀이지만 그녀의 영민함을 알아본 그의 보살핌으로 최고의 교육과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왕링링은

권력자라면 첩인 얼라이를 몇 명이고 두는 것이 관례가 되어버린 중국사회에서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중국의 고위관료를 미인계와 뇌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부호로 떠오르게 된다.

세계경제를 쥐고 흔든다는 유대인들에 못지않은 중국인들의 지독한 상술이 그들 모녀에 통해 그려진다.

하수구에 빠진 10센트를 건지기 위해 더러운 하수구를 뒤져 기어이 쟁취하며 왕이싼은 어린 왕링링에게

손을 씻으면 그만이라며 100달러 지폐를 상으로 주었었다. 그 것이 바로 중국인의 참모습이었다.

 

쌀알에도 정교한 조각을 새기는 중국인들의 손재주와 거대한 옥석을 만나 신비한 예술품을 만들어 팔아

부를 쌓은 리완싱은 중국의 졸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인들의 교묘한 상술과 그렇게 획득한

부를 이용하여 수많은 얼라이를 축첩하고 마구 돈을 뿌리며 부를 과시하는 그들의 막강함은 중국 경제의

또다른 축이 된다. 돈을 벌어들이기만 한다면 웬만한 불법은 중국정부에서도 눈감아 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이 이상한 잣대는 북경올림픽 당시 세계의 정상들이 짝퉁시장을 방문하여 쇼핑을 할 정도로

기이한 모습을 연출한다. 한 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중국의 비 정상적인 행태는 중국에 오래살면

살수록 중국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짐작케한다.

한마디로 그들을 이야기하지 못할만큼 땅도 사람도 이해불가의 나라 중국!

이런 중국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얼마나 대처하면서 살고 있는 것인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자기네 역사 시간을 대폭 줄여버리고, 필수 아닌 선택과목으로

바꿔서 커나가는 아이들을 영혼이 없는 바보로 만들고 있는 나라...' -361p

'3.1절'을 '삼 점 일 점'이라고, '8.15'를 원주율 이야기하듯 '팔 점 일 오'라고 읽는 아이들을

탓할 수 있을까.

얼마전 수능시험에 역사과목이 필수로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빈곤한 역사의식을 가진 아이들이 왜곡된 동북아공정을 내세우는 중국을 상대하여 진실된 역사를

지킬 수 있을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송재형을 사랑하는 리옌링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정신의 골수분자인 아버지가 혈통이 다른 사위를

인정할 것인지 자신이 없다. 얼라이들 사이에 아들을 낳아 호적에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리옌링은

외동딸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이혼당한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부를 누리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한다.

아들선호사상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출생한 아이들에게 벌금을 물리면서까지 인구억제정책을 펼쳤던

중국은 이제 이런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고 한다. 어쩌면 몽골의 인구보다도 더 많다고

추정하지만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이 인구들의 미래는 어떻게 감당될 수 있을까.

아마도 문제를 만들지만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중국 특유의 잣대로라면 역시 그들도 문제가 되지 않고

6.25당시 북한을 도와 인해전술을 펼쳤던 것처럼 거대 중국의 인적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다.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돈을 놓치지 말아라'

유목민이라고 불리는 종합상자의 주재원들이 의뭉스럽고 때로는 만만디하게 때로는

콰이콰이하게 움직이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정글의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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