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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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인구만큼 13억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곳' 중국!

'죽의 장막'을 거두고 세계인들 속에 섞이기 시작한지 불과 몇 십년 만에 G2의 강국으로 부상한 나라.

하지만 몇 몇 중국을 알았던 이들은 오래전 비상하는 용, 중국의 가치를 알아보았었다.

마치 정글숲에서 길을 찾듯 돈을 쫓아 중국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합상사의 중국 상하이 주재원 전대광은 의료사고후 모든 것을 잃고 실의에 빠진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다.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한국의 성형시장은 더 이상 돈밭이 아니었고 양악수술후 죽어버린 환자

보상금으로 빈털털이가 되어버린 서하원에게 중국은 미래가 보이는 돈밭이었다.

 

전대광은 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지사에 온지 십년이 넘은 베테랑으로 중국인들 못지 않은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실력파 주재원이다.

주재원 초기 시절 중국의 경제 심장인 상하이 세관 주임인 샹신원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꽌시'를 맺은

상생의 관계이다.

속 깊기가 삼천 척 바다속같고 만만디 정신이 만연한 중국사회에서 꽌시를 맺기란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릴만큼

어려운 일이다.

서하원을 중국으로 부른 것도 샹신원의 사촌의 일은 은밀하게 전대광에게 부탁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철광회사 상하이 주재원 김현곤은 전대광의 소개로 샹신원과 철광수입을 도모하지만 일본기업의 방해로

좌절되고 만다. 이 일로 김현곤은 변방이라고 할 수도 있는 시안으로 좌천된다.

하지만 김현곤은 시안(옛장안)의 유서깊은 문화에 매료되고 상하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도시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안의 미래가 자신의 길을 열어 줄 것이라 예감한다.

 

한편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은 명문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중국역사로 전과하기 위해

삼촌인 전대광의 누나이며 자신의 엄마인 전재숙을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전도 유망한 경영학의 길을 포기하고 고리타분한 역사학을 공부하겠다는 아들을 말리기 위해

전대숙은 베이징까지 오지만 송재광은 애인인 리예린의 오피스텔에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아들을 만나는 것을 포기한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송재형은 중국의 역사에서 중국의 미래를 어렴풋이 예측한 것 같다.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자에게 당당하게 중국의 가능성과 대담성을 외치는 베이징대 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받고 시원치 않은 영어실력으로 강대국 미국과 견주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한국의 대학생을 떠올린다.

과연 중국의 젊은이들의 이 당당함과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우리도 60~70년대 산업화초기 농사를 짓던 인력들이 대거 도시로 유입되어 도약의 발판이 되었듯이

중국 역시 대도시에 대거 유입된 농민공들은 비싼 집세로 인해 수십명씩 한 집에 세를 들어 생활을 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착취당하는 빈민생활을 하고 있다.

전대광의 집 파출부인 쑨칭은 하루 두집을 돌며 3000위안(60만원)을 벌고 남편은 공사장을 돌며 2000위안을 벌지만

어느 날 추락사고로 불구가 되었지만 회사에서는 보상은 커녕 조폭들을 동원하여 협박하기에 이른다.

마흔도 되지 않은 남편은 불구가 되어 돈도 벌지 못하는 신세를 비관하여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하고 만다.

하지만 다음 날, 어디에서도 그가 죽었다는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예전에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지나 어느 면에서 앞서고 있는 중국의 화려한 부상과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일면을 교차하며 돈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중국인들의 욕망은 무서우리만큼 집요하다.

 

일본 역시 비슷한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지는 해가 되었지만 돈이 될만한 시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수백명씩 깃발을 들고 날아와 섹스관광을 즐기고 아무렇게나 몸을 파는 중국여자들에게 침을 흘리는 일본 상사의

주재원 도요토미와 이토는 일본을 제치고 부상하는 중국이 고깝기만 하다.

심지어 중국말을 배울 생각도 없다.

 

상하이에서 펼쳐지는 중국인들과 적응 잘하는 한국인, 그리고 여전히 오만한 일본인들의 또다른 전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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