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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 이 시대 7인의 49가지 이야기
김용택 외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만의 색을 뽐내는 7인의 7가지 이야기가 무지개처럼 펼쳐져 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자신이 낳고 자라고 아이들을 가르친 섬진강변의 고향집이
자신을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갑자기 비가오면 땅속의 벌레들에게 놀라지 말라고
다독거리셨던 어머니. 무심코 베어 버렸던 나무 한 그루에게도 저승길까지 목숨을 이어주던
의식을 보며 자란 그가 시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그의 에세이 출간행사에서 그를 만났었다. 그의 담백한 고향집과 앞뜰처럼 펼쳐진 강가.
그의 천진한 미소처럼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었다. 강이 시가 되었던 삶이 참으로 부럽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3/08/26/09/hyunho0305_5409774370.jpg)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시작한 박찬일의 돼지고기 예찬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비싼데
그 이유는 물론 맛이 더 좋기 때문이다.
가죽부터 머리까지 한 점 남김없이 활용하는 대한민국의 돼지고기 사랑은 못살던 시대의 유물이겠지만
참으로 다양한 맛을 내는 요리감각에 세계적인 쉐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의 작가 이충걸은 참으로 독특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잡지 편집장으로 패셔니스타로 개성있는 삶을 살면서도 문학에 대한 사랑을 놓지않고 이렇게
늘 글을 쓰고 산다는 것이 그의 프로필에 적힌 이력보다 멋지게 다가온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세상에 나올 무렵 홍세화는 파리의 망명객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고 했다.
비슷하게 성장했던 뒤짱구는 미국에 유학한 후 서울대 교수에 이어 총장이 되어 있었는데 옆짱구인 자신은
선배를 잘못 만나 전태일을 알았고 정치적 난민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를 파리의 한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 90년대 초였을 것이다.
마침 그의 첫 책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던 터라 파리에서 그가 제법 알려져 있던 때였다.
표지에 나온 그의 모습보다 머리숱도 많았고 확실히 젊었던 그의 어깨가 상당히 외로워 보였던 것은
아마도 난민의 고독과 기약없는 회향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고국에 돌아와 이렇게 담담하게 과거를 회상하는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이제 더 이상 외로운 난민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류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못생긴 얼굴때문에 공부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는 서민 교수의 이야기는 늘 그렇지만 참 재미있다.
얼마전 읽은 '기생충 열전'역시 징그러울 것 같은 기생충이 살짝 귀여워졌으니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귀여운 그의 얼굴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감각이 돋보인다.
기생충 학자로 빛을 보기전에 작가로 대성할 수 있는 싹이 보이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닌가.
이렇듯 일곱 남자의 각기 다른 삶과 생각을 엿볼수 있는 타박타박 산책길을 걸으며 나눈 담소같은 책이다.
이렇게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무심했던 내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되짚어 보게된다.
글쎄 치열했든 외로웠든 어쨋든 그들은 지금 나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동무이기 때문이다.
다 가보지 못한 길들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들이 조금은 사그라든 것 같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