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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63세의 남자 에지는 53세의 아내 요코와는 15년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악성 림프암을 앓던 요코는 6개월의 시한부를 선고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중학교 교사였던 엄격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소극적이고 소심한 삶을 살아왔던 에지는
교도소내의 목공 직업훈련교사로 근무하다 은퇴한뒤 다시 촉탁직으로 재고용되어
재범자나 폭력범을 수감하는 도야마 교도소에서 근무중이다.
혼자서 묵묵히 하는 목공작업이 적성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부딪힘이 없는 재소자
직업교육이 편하다고 느낀다.
15년전 교도소 위문공연을 왔던 가수 요코의 노래에 감동을 받아 관심을 두었던 에지는
결국 청혼하고 결혼한 후, 아이를 포기한 채 둘 만의 삶을 살기로 한다.
지적이고 착했던 요코의 죽음은 에지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장례가 끝난 후 배달되는 요코의 편지에는 자신의 유골을 고향 바다에 뿌려달라는 내용과
고향의 우스카 우체국에 유치된 편지를 수령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것도 12일 안에!
시한부를 선고받고 요코와 함께 여행하기 위해 구입하여 환자인 요코가 생활하기 편리하게
개조한 캠핑카를 타고 에지는 아내의 유골을 뿌리고 편지를 수령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에지에게 이 여행은 요코식의 진혼식인 셈이다.
여고의 국어교사였던 스기노는 앙큼한 불량제자의 음모에 걸려 성추행범으로 추락하고
결국 차량 털이범이 되어 교도소를 들낙거리는 신세가 된다.
교도소내에서 배운 목공기술이 그나마 그를 위안했지만 전과자라는 꼬리표때문에 결국
범죄의 구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홋카이도의 명물 '이카메시'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다미야는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삶을
꿈꾸던 중 아내이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집을 떠나 방황하기에 이른다.
가족들과 7년전 헤어져 외롭게 살아가는 난바라는 비밀스런 인물로 요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주요 고리가 된다.
요코의 고향 우스카로 가는 도중 만난 세 남자에게는 모두 각자의 아픔이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은 두 가지 측면을 지닌다. 같은 여행이라도 내입이 쓸쓸하다고 말하면 쓸쓸해지고,
자유롭다고 말하면 자유로워진다. 이 두 가지중 어느 쪽을 내 것을 만들지, 그 선택으로 여행의
의미는 달라진다.' -211p
자신을 갑옷으로 무장하고 억압했던 에지에게 이 여행은 자유로운 것일까 쓸쓸한 것일까.
여행을 닮은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다. 어느 것을 바라보고 내 것을 만들지는 모두 각자의 몫이다.
<혼자가 되면 우러를 수 있네, 푸른 하늘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풀처럼 무성하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일본 고유의 시 '하이쿠'인 산토카의 시들은 절묘하기만 하다.
'신기할 만큼 우연한 만남은 멋진 일이 생길 징조라고 해. 그게 세 번 이어지면 놀랄 만한 기적이
일어난대.'
요코는 자신의 죽음이후 에지의 여행에서 만난 세 남자와의 인연을 예감한 것일까.
소심한 남편 에지가 자신의 죽음이후 고통속에서 살아갈 것을 알고 치유여행을 유언을 남긴
요코의 아름다운 배려가 결국 에지와 고통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세 남자를 치유한다.
사실 에지의 여행에는 요코가 늘 함께 한 셈이다.
15년이란 세월은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간다.
서로가 간절히 원해던 에지와 요코의 사랑을 보면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얼마나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되는 감동스런 소설이다. 각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