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리장정
홍은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행기를 타든 배를 타든 자동차를 타든 생계를 위한 여행이 아닌 자유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특히 거둬야 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잠시 접어두고

가장 원시적인 탈 것, 자전거로 떠난 여행이라니 날 것의 싱싱함이 예상된다.

 

 

 

사진으로만 보면 오십 이라는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만큼 군살 없어 보이는 포즈가

섹시하기까지 하다. 하긴 자전거 바퀴가 원형에서 십이각형, 육각형, 결국은 사각형으로

변하는 동안 그의 삐죽했던 살들이며 덧께낀 일상들은 다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칠 년전 미국 대륙을 80일간 횡단한 경험이 있다는 그의 이번 중국 여행은 대학에서 동양사학과를

전공할 때부터 자신의 옆구리를 간질이는 나라였다고 했다.

미국 대륙 횡단 여행의 자신감이 그동안 내려놓지 못한 꿈을 부채질 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만리장정은 상하이-시안-베이징을 세 꼭짓점으로 중국대륙에 삼각형을 그리는 여정이다

확실히 그가 만난 중국은 과거와 현재, 타성과 변화가 공존하는 거대한 대륙임을 실감한다.

많은 민족과 언어뿐만이 아니라 길을 물어도 속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할만큼 대국인(大國人)의

느릿한 공간지각력같은 것이 만리장성이나 수로를 몇 백년에 걸쳐 완성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도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왔지만 속으로는 이게 혹시 나이듦에 대한 무망한 저항,

더 나쁘게 말해서 세월의 흐름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발악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228p

 

'죽의 장막'이었던 중국이 닫혔던 문을 열고 '세계화'에 동참한 시간을 길지 않다.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주의의 모습을 여전히 뒤집어 쓴 채 이제 막 돈맛을 알게된

사람들이 이방인을 안전하게 돌려보내줄지 불안하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불혹을 지나 나이듦에 익숙해져 더 이상 아무것도 해보지 못할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컸을 수도 있다.

 

 

 

오히려 단순하기만 한 미국식 아침보다 자신의 입맛을 자극했던 국수맛을 잊지못해

그가 달렸던 312번 국도를 쌀과 밀가루의 수없이 많은 국수 변주곡을 체험할 수 있는

'누들로드'라고 했을만큼 그의 면요리여행이 더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유럽의 신도시처럼 멋있다는 상하이에 엉킨 교통도로안에서도 그들만의 질서가 있었듯이

반갑다고 연신 인사를 해대다가도 바가지를 옴팡 씌우고 달아나는 기사처럼 마이너가 있었다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꼬마가 건네주었던 따뜻한 물 한잔같은

따뜻함이 공존하는 나라, 그 곳이 바로 중국의 참모습이다.

 

흔히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부터 정치, 경제 문화에 박식한 저자를 따라 나선 자전거여행에서는

볼 것, 느낄 것들이 많아 호텔예약부터 비행기 삯까지 자세히 전달해주는 기존의 여행서라기

보다는 조금은 가볍지만 튼실한 인문서를 읽은 느낌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다음 여행지는? 나 말고도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글쎄 남미나 호주 어디쯤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을 그가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