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소리, 다른 방 트루먼 커포티 선집 1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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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포티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는 고독한 소년의 눈이

존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헤밍웨이와 함께 전후 미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커포티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그의 대표작이었던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아름다운 배우 '오드리 헵번'을 통해 영화로 본적이

있지만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9주연속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던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을

선택한 것은 천재적인 작가로 추앙받았던 그의 순수한 창작성을 살펴볼 수 있을것이란 기대때문이었다.

 

 

조엘은 병을 앓던 엄마를 잃고 이모네 가족들과 지내다가 열 세번째 생일날 아버지로 부터 온 편지를

받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남부의 시골마을로 떠나게 된다.

'스컬리스 랜딩'으로 가는 길에 조엘은 아버지가 자신을 12년 동안이나 팽개쳐두었다가 이제 와서

다소 멋지게 나타났다는 사실은 늘 자신이 그려왔던 만남이라 낯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조엘은 아주 많이 아버지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이혼으로 고독했던 유년을 보냈던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 조엘과 겹쳐온다.

 

하지만 도착한 아버지의 집에는 재혼한 아내 에이미와 사촌 랜돌프와 흑인 하녀들만 있을 뿐이다.

정작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고 사람들은 아버지가 아프다고만 말한다.

조엘은 헬렌이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라디오도 영화도 보지 못하는 시골생활의 답답함과

어머니의 유산이 남아있다면 기숙학교에 가고싶다고 호소한다.

 

'J.H.K. 샌섬. 조엘은 편지를 몇번이고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남다르고 어른처럼 들리고, 그 뒤에

어떤 자랑스러운 직함이 붙어도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이름이었다.' -112p

 

조엘이 자신의 이름뒤에 장군, 판사, 주지사, 박사와 같은 명칭을 붙여보면서 자신의 이 편지가 후에

수천 달러를 받고 팔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린 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순수함과 설레임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조엘은 낯선 아버지의 집에서 복잡하게 섞인 소리들을 인식하고 있었다.

침묵의 가장자리에 있는 소리, 돌과 나무가 내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한숨.' -142p

 

멋지게 자신앞에 나타난 아버지와의 재회를 꿈꿨던 조엘은 정작 아버지는 만나지 못한 채

낯선 사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왜 사람들은 대놓고 아버지가 없다고 말하지 않을까...그냥 이모에게로 되돌려 보내면 될텐데...

조엘은 미스터리의 한가운데서 결국 아버지늘 만난다. 아주 기이한 모습을 한 아버지를.

사실 조엘을 불러들인 편지를 쓴 사람은 바로 랜돌프였으며 식물인간인 아버지보다 조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미스터리 투성이의 집을 떠났던 조엘은 다시 돌아오게 되고

'다른 목소리'가 된 성장한 자신과 만나게 된다.

'다른 방'은 처음 아버지를 만나게 될 기대를 품고 왔던 낯선 집의 모습이 이제는 성장한

눈으로 보게되는 '다른 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조엘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어디론가 떠났다면 그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수있을까.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년의 모습이 아닌 조엘의 미래가 작가인 커포티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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