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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속사정 - 알고 보면 지금과 비슷한
권우현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분명 조선시대에 일어났던 일들인데 알고 보면 지금과 비슷한 일들이라
세상사 세월이 흘러도 그 밥에 그 나물격인 일들이 지천인 모양이다.
표지의 그림에는 뭔가 은밀하고 수상쩍은 느낌이 묻어나지만 그동안 우리들이 알지 못했던
해괴한 사건들이 그 시절에도 엄청 많았단다.
조선의 역사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종은 육식을 좋아하고 지병인 당뇨병이 있어
소갈병에 시달리면서도 한글을 만들고 조선의 기틀을 만든 위대한 왕이었다.
막연한 그의 인상은 꽤나 스마트할 것같은데 사실은 조금 뚱뚱하였다고 한다.
일중독에 걸렸을만큼 워커홀릭이면서도 연애에도 능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세종이
복지에도 관심이 많았던지 그 시대에 벌써 산모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출산휴가를 줬단다.
고려시대에는 여자의 사회적 위치가 남자와 동등하거나 어떤 면에서는 위에 있기도 했다는데
유교에 목을 맸던 조선중기로 접어들면서 희한한 잣대로 여자들을 억압하였다.
칠거지악이 어떻고...과부는 재가가 안되니 수절을 강요하고..
그렇게 살다간 여인데들의 한이 얼마나 깊었던지 오죽하면 평생 열녀소리를 듣던 수절과부가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유언으로 수절은 절대 하지 말라고까지 했을까.
폭염이 기승인 요즘 가장 사랑받는 음식인 냉면의 역사를 보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냉면집에 걸려있던 종이발이 다시 내걸리면 운치도 있고 좋을텐데 나역시 아쉽다.
양반들이 득세한 시대인지라 양민이나 노비들은 평생 세금과 부역에 시달려야 했지만
간혹 이런 어려움을 알아주는 왕을 만나면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데..영조의 균역법은
그의 강직한 성품이 느껴지는 제도이다.
나는 읽지 못했지만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을 끌어내리려 했던 원균에 대한 글들이 나왔던 모양이다.
원균이 명장이었다는 주장에 저자는 울컥해서 반론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원균의 외모에 대한 묘사대로 툭 불거진 배에 주독이 올랐는지 빨간코에 맹한 눈빛의 초상화를
두고 '당연히 후대 작품입니다만 전 이대로라고 봅니다. 아니 미화된 거죠.' 205p
만나보지 못했지만 저자는 분명 의리를 중시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울컥쟁이일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리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볼 수있는 것은 저자의
역사에 대한 안목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된다. 드라마에 나오는 병사들이 차고 있는 환도의
모양을 보고 잘못된 것을 짚어내니 말이다.
성종이 중국어 공부를 했다는 사실이며 이런 일을 두고 신하와 설전을 벌이는 장면도 무척
재미있다. 아무리 진언을 해야하는 신하지만 왕에게 대들다니.
글을 몰라도 영의정까지 지낸 박원종이라는 사람이 있다니 빡빡한 계급제도에도 틈이 있었고.
조선시대의 무기며 세금제도에 얽힌 이야기까지 저자의 박식함은 놀랍기만 하다.
단지 사실을 알려주는 지식장이가 아니고 해학이 곁들여지고 잘못된 제도를 놀리는 재주까지
그의 글쏨씨가 비범하다. 역사도 이렇게 웃으며 공부해보니 여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게 아니다.
이 양반 조선시대에 태어났더라면..한자리는 따놓은 당상일텐데..
아마 다 말하지 못한 조선의 속사정이 또 있을 것이다.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