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 섹스 -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인생학교 1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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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살아있는 개체중 단지 종족번식만을 위한 합방이 아닌 쾌락을 위해

수시로 몸을 섞는 것은 인간뿐이라고 한다.

인간이외의 개체들의 종족번식을 위한 합방은 섹스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인류의 번성은 이 섹스에 의해 이루어졌고 인간의 단순한 본능이라고 하기에

그 메커니즘은 훨씬 더 복잡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늘 삶의 철학에 대해 친절하게 얘기해주던 알랭 드 보통이 예민하게 보이기도

하는 '섹스'라는 주제를 꺼낸 것은 지극히 당연하기도 하거니와 조금 늦은감이 없지도 않다.

가장 감각적인 본능이면서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섹스'라는 단어에 우리들은

낯부터 붉히게 된다.

비교적 성(性)에 자유로울 것같아 보이는 서구에서도 대중들이 넘쳐나는 광장에서 크게

떠버릴만큼 만만한 주제는 아닌 모양이다.

 

 

-성욕이란 게 없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섹스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인류의 지난 과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욕이란 우리는 흥미와 상식을 넓혀가기도 한다-

-성욕이란 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너무 안전해서 탈이었을 것이다-

 

보통이 얘기하는 섹스는 몰래 혼자서만 들여다보는 포르노와 같은 어두운 주제만을 연상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일단 '섹스'라는 단어에서 낯을 붉히고 표정관리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휩싸인다.

물론 유교중심의 사회에서 성장한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섹스'는 판도라의 비밀스런

상자처럼 함부로 들쳐보기 어려운 두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지금 인류의 문명과 문화가 '섹스'없이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보통의 결론에 동의한다.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모든 미적인 행동들과 도구들은 결국 '섹스'라는 바탕위에만

존재한다는 결론은 인류가 걸어온 역사를 돌아보면 충분히 증명될 수 있는 결론이다.

과거의 어느 시대에서 '섹스'는 단지 종족의 번식이나 동물적인 본능을 해소하는 수단인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경제나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따라 단순한 인간의 본능으로서의 '섹스'는

계층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법과 도덕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공존의 구심점이 되었다.

 

 

종교에서의 '섹스'는 훨씬 더 미묘한 주제로 등장한다.

거의 모든 종교에서 '섹스'는 금기의 주제였고 이스람국가의 여인네들이 쓰는 부르카처럼 억압스럽다.

하지만 보통은 과거 어느 종교에서 경건하고 성스러운 주제로 다루어지기도 했던 '섹스'가 더이상

지하에 가두어 두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종교가 해야할 일은 무분별하게 탈선되고 사회규범을 깨뜨리는 과도한 '성(性)'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올바른 '섹스'의 기능에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점에 대해서는 포르노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고 '섹스'의 본질을 분탕질하는 포르노가 느슨해진 결혼생활이나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들에게 좋은 촉매제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상대에게 나는 단지 '섹스'만 원한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말에 왜 이리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잠시 스치는 사람에게서 몸이 달아오르는 욕망이 느껴진다는 것은 어쩌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만큼 몸의 본능은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니 안심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욕망을 드러내고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것은 잠시후 열정이 식었을 때 나타날

수치심이나 허무감은 바람직한 '섹스'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대에서 섹스를 뜻하는 단어 cnawan이 know라는 뜻을 포함한다는 것은 '섹스'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에 다가서고 싶다는 욕망의 시작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결혼이란 제도역시 '섹스'에 의해 탄생되었을 것이다.

결혼생활은 침대시트와 비슷해서 아무리 애를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으니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거나 부부는 자신들의 삶이 결혼이란 감옥에 갇혀있음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어느새 상대를 보아도 달아오르지 않는 몸과 마음을 다독거리면서 과거 어느 시간 열정에 뜨거웠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는 말에도 감사한다.

분명 과거 어느 시간 나도 상대도 한껏 뜨거웠던 존재였으니.

 

예민한 주제이면서도 무지막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섹스'라는 주제를 명쾌하게 풀어낸 보통의

감각은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그의 해답은 고루하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도덕적이다.

'섹스'라는 주제를 다룬 그의 바람은 넘쳐나는 정보와 시각적인 충동에 휘둘려 망가지는 인간의 본성을

경계하고 더러운 욕망으로 허물어진 바벨탑의 신세는 되지 말자는 것일게다.

몸이 느끼는 자연스런 충동은 즐기고, 심지어 식어버린 욕망에 불을 붙일 촉매제로 포르노를 이용해도 좋지만

절제의 아름다움을 승화시키는 '섹스'가 되기를 바라는 진심어린 충고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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