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맞는 죽음
한스 팔라다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 소설을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과연 인간의 선과 악의 어느쪽에 서있는가'하는 것이다. 

동물의 본성에 가까운 존재이면서 대를 이은 교육이나 습관등에 의해 잘 포장이 되어있다가 어느 순간

본성이 뛰쳐나오는 것은 아닐지 생각케된다.

그런 인간의 본성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있는 시기는 바로 전쟁이나 폭력과 같은 위기의 순간일 것이다.

이 소설의 무대는 인류 최악의 전쟁이었으며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있는 참혹한 집단 살인이 연출되었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1940년에서 1942년까지 베를린의 한 노동자 부부의 저항 일지이다.

하지만 단순한 저항일지를 떠나 위기의 순간에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간본성일지'이기도 하다.

 

 

나치가 독일을 통치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의 승리를 위해 독일의 많은 청년들이 전쟁터에 끌려나갔다.

가구공장의 작업반장인 크방엘과 그의 아내 안나는 어느 날 자신의 외동아들 오토의 사망통지서를 받아든다.

당시 독일은 프랑스 점령을 축하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으며 곧 영국도 점령하리라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모든 국민들을 당원으로 흡수하여 충성을 맹약하게 하려는 시도와 국내에 있던 유대인을 색출하여 수용소로

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크방엘부부와 유대인노파 로젠탈, SS친위대에 세아들을 보내고 충성을 맹세한 페어지케가족과 전직 최고 재판관 크롬,

방관자같은 게쉬부인등이 사는 임대아파트는 또하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무대이다.

착한 아내를 배신하고 놀음에 빠진 에노와 모사꾼이며 첩자인 바르크하우젠과 같은 인간이 뒤섞인 인간세상의

모든 것은 보여주는 무대인 것이다.

 

크방엘은 소심하고 깐깐한 전형적인 소시민으로 신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실하게 일했던 공장은 단지

당원이라는 이유로 하찮은 인간들은 승진을 하고 월급을 더받는 상황이 되면서 나치 정권에 환멸을 느낀다.

크방엘은 외동아들의 전사를 계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어머니, 총통이 제 아들을 죽였어요...당신 아들도 죽일 거에요'

 

크방엘은 엽서를 써 배포함으로써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나치에게 대항하기로 한다.

하긴 평범한 가구공장직원이었던 크방엘이 나치독일에게 어떤 거창한 항거를 할 수나 있겠는가.

결국 엽서들은 게쉬타포의 손에 들어가고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는 애셔리히경감에 의해 2년만에 잡히게 된다.

 

편파적인 재판과 보호받지 못한 변호로 크방엘부부는 재판에 넘겨지고 결국 사형을 선고 받는다.

사형을 기다리는 크방엘부부는 지난날을 회상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전쟁이란 죽음의 존재를 가장 크게 느끼며 더불어 생존의 의지를 부추기게 된다.

크방엘부부에게 죽음은 장렬하며 고귀한 것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죽음들에는 나름의 무게가 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다가온다. 전쟁이란 극한 상황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는 비열한 인간들과 숭고한

죽음으로 승화시키는 인간들을 대비시킴으로써 죽음의 무게를 그린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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