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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박연 - 하 - 벨테브레, 역사가 기억해주지 않은 이름 ㅣ 조선인 박연
홍순목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본명은 얀 얀스 벨테브레. 조선 인조때 귀화한 네덜란드인.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태풍을 만나 동료 두 명과 함께 제주도에 상륙한 후
서울로 압송되어 훈련도감에 배속되어 무기를 제조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조선여인과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었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조선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한많은 한 사나이의 일생을 요약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내용이다.
그가 불운하여 조선에 당도하였지만 그의 삶을 서너 줄의 글로 남기기에는 너무도
조선을 사랑하였고 우리 민족에게 공헌한 삶이었기에 4백년간 잠들어 있던 그를
세상에 알린 작가의 헌신이 감사하기만 하다.
작가를 그를 처음 대면하였을 때 기이한 광채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그를 다시 떠나보내려 했지만
그러지를 못했단다. 10년동안.
전생에 아마도 그의 고향 친구였거나 가족이 아니었을까. 잠깐 생각에 잠겼다.
작가가 그린 박연은 허구로 만들어진 인물이 아니었다. 얼마 안되는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완성된 '박연'자체였다.
분명 벽안의 벨테브레는 '박연'으로서의 삶이 부끄럽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태를 묻은 고향으로 가지 못한 한이야 어쩔 수없지만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했던
인물로 우리민족이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도깨비라고 놀림을 받고 기생방에 불려가 억지 춤을 춰야 했던 참담함을 보면서
당시 조선인들의 무지와 한심함에 치가 떨려왔다.
당시 해상을 주름잡았던 네덜란드의 문화를 받았들였더라면 조선은 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몇 몇 현자들이 박연을 주목했지만 판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조선의 멍청한 임금중 하나인 인조가 다스리는 시대에 그가 온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세종이나 정종시대라면 그의 일생이 조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병자호란이 일어나는 그 소용돌이속에서도 출중한 총솜씨로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간절히 필요했던 무기들을 개발했던 일에 헌신했던 박연의 도움은 분명 조선역사의 한 축을
지탱했던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그의 행적을 자세히 기록하지 못한 조선인들의 편견이 참으로 한심하던차에 이렇게
되살아 났으니 후손으로서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 다행이다.
심약한 효종이 끝내 북벌의 꿈을 이뤘더라면 박연의 쓰임새가 더 중했을텐데 그 것또한 안타깝다.
마치 그 시대에 들어가 박연의 집 곁에 살았던 것 같은 생생함에 박연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를 깨우기 위해 숨죽였던 10년동안 그는 박연이 살았던 그 시대로 얼마나
많이 오갔을 것인가.
26년후에 제주도에 상륙한 하멜의 통역을 위해 그를 만나 박연이 한 말은 그의 일생을
그대로 반추한다.
"언젠가 자네는 이 땅에서 보낸 날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네. 그대가 고통과 슬픔뿐이었다고
기억하는 이 땅에도 무언가 아름답고 귀하고 따뜻한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걸세."
-下권409p
과연 박연은 조선에서 귀하고 따뜻한 것을 발견했는지 묻고 싶다.
어디에 묻혔는지 그의 후손은 살아 남았는지 모든게 너무 궁금하지만 이쯤에서 만족해야겠다.
제비淵이란 이름처럼 귀한 손님으로 왔다가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져간 그를 이만큼이나
되살려낸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로 여겨야겠다. 어디엔가 남아있다면 그의 후손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정녕 그대의 아버지 벨테브레는 잊혀지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