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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자전거 1 - 김동화 만화 에세이 ㅣ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글 그림 / 열림원 / 2013년 3월
평점 :
이렇게 가슴 따뜻한 만화를 본 적이 있던가.
임하면 야화리!
지도에는 없는 마을이라지만 분명 어디엔가 존재하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편 배달부의
사랑나눔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코끝이 시큰해지고 굳었던 심장이 따뜻하게 덮혀지는 것 같다.
우체부였던 아버지의 빨간자전거를 물려받아 조용한 시골마을에 메신저로 살아가는 청년의
눈에 야화리는 詩이고 童話이다.
'숲속의 노란집', '시가 쉬어가는 집', '햇볕 잘 드는 집'.
야화리에서는 주소가 따로 필요없다. 딱딱한 숫자보다 향기가 있는 주소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이런 주소를 붙인다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사랑 받고 싶은 집', 혹은 '누구나 오고 싶은 집' 정도가 되지 않을까.
얼굴에 가득한 주름을 그동안 살아온 길 잊지 않으려고 하나 하나 그려놓은 약도라고 표현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니 문득 마흔 이후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링컨의 말이 떠오른다.
과연 내 얼굴에는 어떤 길이 새겨지고 있을까.
혼자사는 애비를 찾아올 딸을 위해 달맞이 꽃을 심는 늙은 아버지.
하루 한 번 외딴집을 찾아줄 배달부를 위해 마당을 쓸어 놓고 기다리는 농부.
비를 피해 들어온 배달부를 위해 넌즈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건네는 수퍼 할머니.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 극심한 가난과 아픔을 겪었던 기억이 있어서였을까.
작가의 글과 그림에는 피팍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마법과 같은 힘이 들어있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그동안 누구도 치유하지 못했던 아픔을 감싸는 기적의
치료제가 녹아있는 느낌이다.
성공해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부정한 돈을 움켜쥐고 돌아온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어미의 눈물어린 밥 한그릇을 맛있게 비운 것 같다.
꽃이 지천이었던 봄조차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돈과의 사투때문에 지쳐 자신에게 고향이 있었는지도 기억해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빨간 자전거가 배달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꼭 받아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얼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누군가를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