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타임머신
김용철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유롭게 시간을 오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희망하게 되었다.

후회막급이었던 과거의 시간을 지울 수 있다거나 혹은 도무시 짐작할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가볼 수 있다든가 하는 도구가 있다면 지금의 삶이 좀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특히 막연한 희망으로 고시촌에 모여든 인간들에게 '타임머신'이 있다면 궁상맞은 현실을

리모델링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고시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명당이라고 선망하는 신림동 고시촌의 조그만 한옥에 모인

5명의 도전자들이 펼치는 '느닷없는 타임머신'공방전은 읽는 독자마저도 긴가민가 혼동을

일으키는 복병과도 같은 작품이다.

잘나가는 집안의 삼남인 성훈은 이미 고시를 패스한 두 형을 뒤를 이어 가난한 화가의 꿈을

접고 이 하숙집에 들어온 부르조아이다.

어느 날 그에게 배달된 휴대폰 하나가 태풍의 눈처럼 조용한 하숙집을 뒤집어 놓는다.

휴대폰이 타임머신이라니. 지정된 어느 날짜가 되면 미래의 시간으로 여행이 가능해진다는

편지와 함께 배달된 '타임머신'이라고 짐작되는 휴대폰을 두고 미래를 반드시 알아야 했던

5명의 고시생들의 필사적인 아귀다툼이 시작된다.

서울대 법대를 입학한 것만으로도 고향에서는 인물이 났다고 온갖 기대를 받고 있던 성태와

지금은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두 살 연상의 연인 경희와 가정을 꾸미기 위해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인 은철.

그리고 예쁘장한 외모와는 달리 한 때는 껌좀 씹고 침좀 뱉은 적이 있었을만큼 폭력적인 여자 고시생 동미와

불가능한 미래를 도전하느니 환상속의 세계와 몰입해버린 프로게이머 혁제.

이들은 바늘귀보다 좁은 고시의 벽을 뚫기위해 아니 현실의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어느 날 등장한

타임머신을 쟁취하려 서로에게 이를 들이대며 좌충우돌 부딪히게 된다.

 

 

우리는 도대체 인생의 어디쯤에서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가.

끝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계속 노를 저어 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던져진 미션은 바로 이 것이었다.

고시촌의 명물 이 하숙집에는 한계를 인정하고 꿈을 잃은 사람을 밀어내야하는 전통이 있었다.

이 전통을 지키기위해 하숙집 주인과 고시생들은 의기를 투합하고 '느닷없는 타임머신'이 등장했던 것이다.

 

'바다가 넓은 만큼 항구도 많아. 중간에 목적지를 바꾼다고 해도 배를 댈 수 있는 항구는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인생은 자고로 쉬지 않고 끝까지 흘러가는 게 중요한 거라 이 말이야.' -308p

 

오도가도 못하고 제자리에 있는 것보다는 헤매더라고 어딘가로 흘러가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고.

책을 읽는 동안 나역시 달콤한 '타임머신'을 꿈꿨다.

로또번호를 미리 빼내든 그래봐야 별볼일 없을 것 같은 미래를 가보든.

그래도 어쨋든 현재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잠깐이라도 맥빠진 인생에 잠시라도 '희망'이라는 깃발을 달아보는 것이라도 어딘가.

미스터리로 시작되어 감동 멜로로 막을 내린 이 작품도 그런 깃발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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