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지혜 - 한 세기를 살아온 인생 철학자, 알리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희망의 선율
캐롤라인 스토신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방이 하나인 런던의 조그만 아파트 선반 위에는 기념품이 담긴 상자 두개가 놓여있다.

첫 번째 상자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담겨있고 두 번째 상자에는 스크랩북 두 권이 담겨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아, 알리스가 두 차례 이민을 하면서 가지고 다닌 스크랩북이라고 한다.

올해 우리 나이로 111세가 된 알리스는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버렸다고 했다.

아마도 과거의 상처가 배어있거나 슬픈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물건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내 기억은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까. 내 삶은 내 마음속에 있거든요."

 

100년 하고도 3년이란 시간을 살아온 알리스가 자신의 이마를 톡톡 치면서 바로 여기에 모든 기억이

있노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녀가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몸은 쇠락하였으나 기억을 담은 그녀의 뇌는 여전히 젊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가 간직한 기억속에는 수많은 아픔들이 쌓여있을 것이다.

그녀가 타고난 낙천주의자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악독한 나치의 살육전에서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지만 사람은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서야 생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고 말하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알리스의 긍정역시 놀라운 일이다.

 

 

 

유대인의 피를 물려받은 알리스가 예술가의 기질을 가진 어머니 소피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 연주가가

된 것은 그녀가 헤치고 지나야 할 비극적인 삶에 긍정의 요소일 뿐만아니라 삶을 지탱해준 원동력이 되었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분명 그녀의 재능은 전 세계에 알려졌을 것이고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체코의 나치 수용소인 테레진에서의 그녀의 피아노 연주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우리에게 음악은 음식이었어요. 난 이 말은 할 수 있어요. 영혼을 울리는 것을 갖고 있으면 음식은 필요치

않아요. 음악은  생명이었어요.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할 수도 없었고, 포기하려 들지도 않았어요.'

-145p

 

그 지독한 전쟁과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날 수 있었던 힘도 음악이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하면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살아온 힘도 음악이었다.

100년을 살아오면서 그녀가 경험한 것들은 대부분 경이로운 것들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TV를 보고 심지어

아이폰에 이르기까지..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경이로움을 호기심과 특유의 적응력으로 극복했다.

 

'증오는 독특한 것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문화가 있는 곳에서는 증오가 가장 강하고 폭력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괴테-

'경솔함과 사악함 사이에는 묘한 상호 의존이 있다.'는 말에 나도 동의한다.

나치가 인류에게 행한 그 지독한 악(惡)은 인간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기에 때로 인간은 가끔 선한 모습으로

무장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백년을 넘어 살아온 알리스는 단순히 그냥 오래산 할머니가 아니다.

그녀가 자신이 겪은 고통을 넘어 인류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사랑'이 아닐까.

물론 그녀의 말처럼 단순한 '섹스'의 뜻이 아닌 서로가 존경의 경지에 이르는 가장 아름다운 소통들.

그녀를 알았던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도 그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유가 바로 해답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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