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내려놓기 - 깨달음을 주는 74가지 이야기
황통 지음, 최인애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베이비붐세대에 태어난 내 또래의 사람들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끼고 저축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자그마한 것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쓰임이 있을까 싶어 모아둔 것들 때문에 집은 늘 어수선하다.

어느 통계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다시는 쓰지 않을 물건이 70%가 넘는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덜어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처럼 온갖 것들을 끼고 살고 있다.

 

'깨달음을 주는 74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단순히 '생각 내려놓기'뿐만 아니라

덜어내는 법의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

 

 

생각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운명이 된다는 진리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운명은 순탄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욕칠정에 둘러싸인 인간의 탐욕은 '내려놓기'나 '덜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스스로가 알고 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어떻게하면 최단코스를 이용하여 성공의 지름길을 달려갈 것인지에 골몰한다.

하지만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가들은 결코 직선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그재그로 빙 돌아서 가는 길이 결국은 정상에 닿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하는데 빤히 보이는

정상을 두고 빙 둘러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원수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는 부부의 이야기는 사실

남의집 이야기가 아니다.

잠깐 참으면 될 일을 서로가 상처를 주는 말로 할퀴고, 그렇게 나간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은 크게 후회하고 만다. 하지마 마침 그 차를 타지 못해 화를 면한 아내가 돌아오자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물론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상대방을 대한다면 어찌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겠는가.

 

'비워내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사람들이 채우고자 하는 그 탐욕의 방은 이미 아름다운 것보다는 더러운 것들이 그득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 채우고 싶은 욕망은 사그러들지 못하고 오늘도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채우려고 한다.

하지만 청빈한 삶을 살다간 법정스님의 삶에서 우리는 '내려놓기'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부족함을 느껴 더 많은 황금알을 얻기위해 거위의 배를 갈랐다는 부부의 우화처럼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기위해 소중한 무엇인가를 죽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서 이 귀한 이야기들을 채집하였는지 모르지만 단순한 우화가 아닌 지금도 우리 실생활에서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어리석은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어른우화집이라고 하겠다.

잠시 채우려고만 했던 밥통을 내려놓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자.

곁에 있는 맑은 물에 통을 깨끗이 씻어 비우고 이제 더 아름답고 귀한 것들을 채워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권해주고 싶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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