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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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잊을 수가 없어요." -97p

기억이란 것들은 때로 현실보다 더 선명하게 들러 붙어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비가 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해요." -100p

여행길에서 마주친 할머니의 말에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말이 함축되어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무작정 짐을 꾸리는 열아홉살의 남자를 소년으로 불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꿈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나가는 행인A'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 시대에 누가봐도 별것 아닌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소년의 꿈이 하찮아 보인다고 비웃을 수가 없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곁을 지나치는 그렇고 그렇게 보이는 숱한 평범한 사람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꿈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일인지를 알게된다.

 

세간살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초라한 집을 떠나 그가 당도하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그의 곁을 맴도는 형과 함께 시작된 여행길에서 그들은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비오는 날이 운치가 있어 좋다고도 했고 심지어 급작스럽게 삶을 놓친 그의 어머니도 비오는 날이

좋다고 했었다.

하지만 여행자들에게 비란 뽀송한 옷과 신발에 감겨드는 축축하고 기분나쁜 방해꾼과 같다.

그것도 준비해둔 우산이 없다면 더욱 끔찍한 여정이 될 것이다.

 

 

도무지 열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버지와 비루한 삶을 박차고 나와 그가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 비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엉성한 로커도 그러했고 첫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초등학교때 짝꿍인

19번의 삶도 그러했다.  어머니의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여자는 잘 참기만 하면 뭐든

이룰 것이란 믿었던 삶이 무너져 내리는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미친듯이 헤매는 사람이었고 자칭

목사라는 사람은 전직 조폭이었다고 했다.

도대체 세상 사람들은 왜 모두 평범치 않은 것인지 여행내내 그를 쫓아다니는 비만큼이나 지리멸멸하다.

 

공중전화앞에서서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첫사랑에게 전화를 걸고 텅빈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는

것은 지나쳐온 시간과 사람들에게 대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싫어도 미워도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했던 사람들과 시간들에 대한 아련함은 차마 수염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솜털을 깎기 위해 가방속에 챙겨온 면도기만큼이나 서글프다.

남들보다 조금은 덜 성숙한 몸뚱이를 가진 소년이지만 언젠가 억세게 솟아나 귀찮아질 수염을 기다리는 것처럼

삶은 어차피 단단해질 것이고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가 기억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지워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특히 꼭 지우고픈 기억같은 것일 수록 더욱 더.

하지만 무덤덤하게 내뱉었던 아버지의 말처럼,

'영원히 계속되는 비는 없다'

그칠 수 밖에 없는 비임을 알기에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했더라도, 살이 구부러진 우산을 비집고 들이치는

빗줄기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세상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한 이들을 지켜봐야 했던 이들이 꼭 묻고 싶었던 말.

"왜, 왜 그렇게 삶을 버려야만 했어? 남겨진 우리같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시간들을 생각해보기는 한거야?"

아직 겨울의 찬바람이 머물고 있는 요즘, 시원스런 비를 기다리는 것은 오랫동안 묵은 갈증 때문이다.

그치지 않을 것같은 비가 그치듯 멈출 수 없었던 우리들의 무거운 발걸음도 언젠가는 멈춰야 할 시간이 올 것이다.

그 사이 우리는 그저 젖은 신발과 양말을 드라이어기에 말려가면서라도 그렇게 씩씩하게 걸어야 하는거야.

그게 삶이야. 비에 젖는게 싫다고 언제까지나 숨어있을 수는 없잖아.

언젠가 한국어로 씌어진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가 될 수 있을것이란 평가처럼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이

저자의 앞날에 디딤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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