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중학교 2학년인 후지슌은 동급생 3명의 가혹행위에 견디다 못해 자신의 집마당의 감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른바 왕따였던 후지슌의 죽음은 그 후 남겨진 사람들에게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된다.

 

과연 후지슌을 죽인 것은 세명의 가해자일 뿐일까?

제노비아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방관자들은 과연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를 비난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과연 그 상황에서

피해자를 옹호하고 지켜줄 만한 용기가 있었을지를 묻게 된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수히 많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교우에게 왕따 당하고 학교 옥상으로 향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이런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었고 현재진행형의 범죄이지만 우리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구하거나

미래의 가해자들을 일깨울 방법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한 후지슌도 안타깝지만 남은 가족들과 친구들의 아픔은 또 얼마나

클것인가. 이런 기억들은 평범한 추억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후지슌을 자살로 몰고간 아이들을 원망도 증오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용서도 하지 않는다는 후지슌의

아버지 하루오의 대답이 가슴을 친다. "앞으로도 그럴일은 없습니다, 계속."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74p

 

20여년의 아픔을 2주만에 써내려갈 정도로 몰입했다는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폭력,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와 죽음에의 선택, 또한 남은 자들이 치러야 할 댓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후지슌과 같은 아이들이 더 나오기전에 그리고 미래의 가해자들을 위해 남은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자랄때는 심각할만큼의 왕따문제는 없었다.

이제 우리아이가 자라고 있는 이시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 작품이 단순한 소설이 될 수 없음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숙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십자가를 지기 전에 분명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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