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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꼬치 일본관찰 ㅣ 지식의 비타민 1
지식활동가그룹21 지음 / 문화발전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이른 바 '이웃 사촌'이라고 표현되는 이 말은 늘 얼굴을 부딪히고 살아야 하는 이웃이
자주 만날 수 없는 가족들보다 훨씬 가까운 존재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이웃'을 잘 만나야 심간이 편하고 서로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일본'은 어떤 이웃일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처럼 몸은 가깝게 있으나 심정적으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이웃'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그들의 조상들, 특히 왕족의 핏줄에는 우리의 핏줄이 흐른다거나
지금은 독특한 저들만의 문화로 정착한 풍습중에는 우리 땅에서 건너간 문화가 상당히 깃들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더 인정하기 싫기도 하겠지만 최근에 끝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여전히 군국주의를
추종하는 우파인사들이 득세를 했고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흔들며 열광하는 저들의 움직임이
너무도 불편하게 다가온다.
'적'이라고 표현하는게 좀 과격하달 수도 있겠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야금야금 침식해들어오는
저들의 저돌적인 만행을 저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 대한 책이야 수없이 쏟아져 나왔었고 제법 그들을 안다고 생각했건만 '꼬치꼬치'캐낸
이 책을 들여다보니 우리는 여전히 저들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일본을 여행하는 수준으로는 도저히 짚어낼 수 없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일상을
그야말로 속속들이 파헤친 책이다.
대단한 눈썰미와 의식이 없이는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짚어낸 것을 보면 '지식활동가그룹21'이란
저술가들의 수준이 상당히 놀랍기만 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우동과 라면의 역사와 맥주의 들쑥날쑥한 용량의 비밀,
우리나라 대표 설사약인 '정로환'이 일본에서 탄생되어 희한한 방법으로 수입된 비화까지
정말 꼬치꼬치 잘도 캐어 냈다.
성질급한 오사카 사람들과 짠돌이 나고야 사람들의 성격때문에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도
너무 재미있다.
자신의 으뜸 장기를 '18번'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 일제 강점기의 부스러기 문화들이 우리사회에
여전히 잔존하는 것은 문화적 오염이 다시 정화하기까지 수백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한다.
지방의 독특한 문화나 음식에 대한 관찰도 놀랍도록 세세하게 그렸다.
단순히 일본에서 몇 십년 살았다고 해도 알 수 없는 이런 정보들은 얻으려면 얼마만한 노력을
기울였을까.
말과 글을 넘어서 '지식활동가'들이 만났을 수많은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었으니 가뜩이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책이 되었다.
참으로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게 '일본'이다.
제발 이웃들을 자극하지 말고 조신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진이니 해일같은게 그냥 오는게 아니다.
그저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자신들은 피눈물을 흘린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사이즈의 책속에 엄청난 정보가 속속들이 펼쳐져있는 알토란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