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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날개옷
현정원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멋지고 화려한 옷보다 내몸에 잘맞는 편안한 옷들이 더 좋아진다.
글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느슨한 정신을 자꾸 일으키려 하고 날선 글보다 이웃집 언니같이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그런 글들이 좋다.
작가가 소망이었다던 저자는 뜻밖에 경영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어찌보면 사는 일 전부가 경영이니 엉뚱한 전공이라고 할 수만은 없지만 지금은 흔해져버린
문예창작과나 문학을 전공했다면 제법 번듯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동창으로 오랫동안 교회친구이기도 했던 남편과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을 하는 아내와
공주병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투정꾸러기 며느리와 귀하게 얻은 두 아들을 키우는 아들바보의
어머니의 모습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아마 글 사이에 그려진 삽화들은 가끔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 자신의 솜씨가 아닌가 싶다.
살림솜씨 젬병이고 병약한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제외하고는 우리네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소소한 일상들!
그 속에서 과거의 추억도 만나고 소심했던 자신과도 만나는 그런 소박한 글들은 농약도
비료도 치지 않고 길러낸 마당안 텃밭의 먹을거리로 만든 엄마표 밥상을 받은 기분이다.
투박한 질그릇에 잘 익은 된장으로 바글바글 끓연낸 토장국과 나물무침같은 것이 적은 소반위에
정갈하게 올라앉은 한없이 편안하고 그윽한 그림이 절로 떠오른다.
너무 짜지도 맵지도 않고 담백하고 순수한 그런 맛을 내는 글들을 보노라니 잡다하게 치장되고
무거웠던 일상들이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하나님이 보시기에'참으로 예쁜 삶을 살고 있는 자식의 모습일 것이다.
비록 마음에 맞지 않는 시어머니와 갈등이 있었지만 더 많이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떠나보낸 것을
가슴아파하고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딸자식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예쁘고
착한 마음씨를 지닌 것을 알게된다.
글이란 글쓴이의 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믿는 나는 글 속에 담겨있는 작가의 선함이 참으로 편안했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속에서 늘 뭔가를 일구고 싶어하는 호기심과 열정이 못내 부러웠다.
엄마는 애초부터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였다는 것을 알게된 '엄마의 날개옷'이란 글에서는 이 세상
마지막 순간에 입을 옷을 준비하는 엄마를 모습을 보며 언젠가 하늘나라로 떠나실 내 엄마의 노쇠한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왔다.
엄마에게 입힐 날개옷이 굳이 희거나 미색을 띈 수의일 필요가 있을까.
잠자리 날개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운 옷감으로 지은..그리고 자식들의 사랑으로 바느질된 그런 멋진
옷으로 평생 고단하게 사신 몸을 감싸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날은 아주 먼 미래이기를.
정성껏 지은 밥상 한그릇을 맛있게 비운 느낌처럼 편안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