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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접시
다쿠미 츠카사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하는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맛있게 버무려 낸 작품이다.
제목처럼 찬란한 일곱빚깔 무지개의 알록달록한 이야기들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대학지상주의에 사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가 당연히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대학은 더 이상 자신의 꿈을 이루는 필수조건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세계적인 불황에 힘들게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한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고
꿈과 미래는 어디론가 사라진 시대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비전이 없었던 히로는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날 tv를 보다가 '그릇에 담은 것은
나 자신'이라는 셰프 혼마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의 말에 감화를 받고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부모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구지 조리사 전문학교에 입학한 히로는 꽃미남 바람둥이 요스케와 쥐처럼 생긴
얼굴을 한 도시오, 전형적인 모범생 게이고등을 만난다.
스승인 나시모토교수의 교육이 첨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모범으로 졸업을 하게된
히로는 꿈에 그리던 '셰프 혼마'에 취직을 하게되고 꿈에 그리던 요리사 수업을 받게된다.
하지만 하루 12시간 이상 양파나 당근같은 재료나 다듬는 고단한 견습생활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오고 만다.
스무 살전에 동정을 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히로는 동료였던 에리와 사귀게 되고
조리학교 시절 만났던 자신의 이상형 '미호'를 떠올린다.
과연 요리사가 되기 위해 10년이상의 견습기간이 필요한 것일까.
자그마한 카페가 꿈이었던 에리처럼 최고의 요리사보다는 자신있는 요리를 손님에게
내어줄 만큼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장인정신이 투철한 일본답게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나약해진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혹독한 과정을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스무 살 이전에 동정을 떼야한다는 강박은 또 뭐란 말이지.
아주 오래전 분명 내가 지나온 시간들임에도 낯선 그들의 청춘의 빚깔들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이 시대의 젊음이었다.
멋진 메이커의 옷에 유혹을 느끼고 화려한 연애를 꿈꾸고 적당히 쉬어가면서 돈도 많이 벌어
멋지게 살아가는 것.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면서 방황했던 히로는 자신이 만든 요리에 자신의 혼을 담고 싶다던 바람처럼
제자리로 돌아온다. 쭈뼛거리며 다가서지 못하던 미호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역시 이 장면에서도 원칙을 고수하는 장인이면서도 어쩔 수없이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셰프 혼마의 사랑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니들이 부모의 마음을 알아?
요리사 출신의 작가답게 요리사로 입문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꿈을 제대로 그려냈다.
입뿐만 아니라 영혼이 행복해지는 요리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