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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 시, 내 청춘을 위한 소울푸드 98편
이영미 엮음, 고부기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시(詩)'가 종이 위에 있을 때에는 문학이 되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지면
양식이 된다.
이른 바 '문제아'라는 이름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멘토로 포기하지 않고
믿어주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진정한 선생님이 된 저자 이영미가 얼어붙은 세상과
싸늘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시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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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시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스며들어올 수 있도록 시에 얽힌
에피소드며 자신의 느낌들을 버무려 놓아 맛있고 따뜻한 시모음집이 탄생되었다.
문학소녀가 꿈이었던 친구는 전업주부가 되었고 실직한 남편때문에 도우미 일을 하게 된다.
하필이면 동갑내기 시인의 집으로 일을 하러간 친구는 시인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에
감화되어 스스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최면을 걸었고 결국 출판사 편집자가 되었다고 한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
단순한 이 말이 기적을 만든 셈이다.
"난 왜 지지리도 복이 없을까, 내가 그렇지 뭐.."
우리는 참 쉽게 이런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스스로 복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청춘들이여, 성형을 하고 싶은, 그래서 감추거나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 있는지요?
나의 흉터처럼 한때는 지워버리고 싶어 몸부림치던 것이지만 도리어 삶에 힘이 되어주는 것도
있답니다. (중략)우리는 상처투성이의 흉터를 부적 같은 고마운 흉터로 바꿀 수 있답니다.' -147P
연장통에 누워 있는 녹슬고 쓸모없던 작은 못 하나
바로 세워 벽에 박았더니 내 키만 한 거울을 든든하게 잡고 있네
저렇게 작은 것들도 엄청난 힘이 있구나 누군가 바로 세워 주기만 하면
-고광근의 작은 못-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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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선가 연장통에 누운 녹슬고 쓸모없어 보이는 못처럼 어둠속에 가려진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 포기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바로 세워주기만 하면 세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도 있을텐데..
책속에 누워있던 시들을 시집에서 세상밖으로 끌어내어 무심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문학적인 재능을 넘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고픈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는 막막한 현실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준 진정한 선생님의 사랑이
시를 통해 아이들에게 간절히 전해졌을 것이다.
아니 무관심으로 무장한 얼음같은 세상을 '사랑'과 '관심'이라는 뜨거움으로 녹여내고 있다.
이왕이면 아직 스스로 살아가는 힘이 부족한 스무 살이 되기 전의 아이들에게 이 따뜻함이 더 많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