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죽음'에 친숙해지려면 이 책을 읽어라.

제목처럼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씩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의 아버지와 그의 친구, 옛애인과

애인의 애인, 고양이와 개, 심지어 본적도 없는 사람들의 죽음까지 그를 둘러싼 죽음의 소식들은

무섭다기 보다 황당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많은 죽음을 보다보면 '죽음'이 '이웃'처럼 친숙해지기까지 한다.

하긴 '죽음'도 '삶'의 일부이니 언제까지 저만치 밀어놓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대략 30대나 40대쯤의 이 남자곁에 있는 것은 잠시 생각을 해봐야겠다.

곁에 있다가 어이없이 죽을 확률이 분명 80%이상은 될테니까.

 

 

겨드랑이를 좀더 자주 씻는게 좋을 거라는 악담과 함께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

소설을 써서 대작가가 되는 게 소원인 남자는 애인에게 버림받은 날부터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위에 파슬리 가루를 뿌리고 사라지는 연쇄살인에

묘하게 얽히게 되는 남자.

경찰은 이 남자가 범인이 아닌 것은 인정하지만 살인현장에 남겨진 그의 흔적들 때문에

주시하게 된다. 얼핏보면 연쇄살인범을 쫓는 미스터리물같지만 인간에게 닥칠 수있는

온갖 죽음을 배치시키면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외로움의 끝까지 인도한다.

신경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하고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해도 역시 외로움은 극복이 되지 않고

끊임없이 '여자'를 찾아 헤매는 고독한 도시의 남자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물론 그는 '여자'만 사랑하는 이성애자이며 연쇄살인범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 그가 기절한

것만 봐도 '제대로 된 여자'를 고르는 안목은 전혀 없었음을 알게되지만.

 

극단의 죽음은 항상 내 곁에 존재하는 일상의 하나의 모습일 뿐이며 그래도 산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고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블랙코미디적인 스토리들이 조금은 장황스럽게

펼쳐져 있지만 때론 엉뚱하고 때론 바보같은 남자의 행동과 대화들이 유머스럽다.

 

'당신의 작은 행동, 동기, 만족, 실현된 꿈 등을 청소년기에 꾸었던 꿈과 비교해보라.

그러면 한 가지 생각밖에 나지 않을 것이다.(중략)

다른 경우의 수는 없다. 우리는 실패에서 영양분을 섭취해 성장하며, 그것을 밟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78p

 

여자들에게 딱지를 맞아도 오뚝이첨 다시 일어나 바를 얼쩡거리면서 여자들을 훔쳐보고

하룻밤 사랑에 허탈해하기도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라도 해서 외로움이 극복될 수만 있다면야.

결국 헤어졌던 여자와 다시 재회하고 그녀의 따뜻한 살갗을 느끼면서 마무리 된다.

수많은 죽음과 이별과 고통을 겪고서야 다시 제자리를 찾아든 부랑아처럼.

인생은 그렇다. 이 남자처럼 실패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다시 도전해보는 것이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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