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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ㅣ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북유럽의 작품들은 낯설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시작으로
피에를 르메트르의 '알렉스'와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에 이어 덴마크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름보다는 겨울이 길고 약간은 축축한 것 같은 북구의 날씨처럼 낮고 우울하지만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은 안으로 침잠하는 그네들의 생활습관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햇살 가득한 야외에서의 거대한 스펙터클보다는 어딘지 깊고 내밀한 비밀스러움이
바로 북구문학의 특징처럼 느껴진다.
북구에서 여성 정치인은 오히려 남성보다 우월하고 환영받는 존재같다.
국회의원이며 민주당 부의장인 메레테 륑고르는 언론으로 부터 사랑받는 인물이며
젊고 성공한 여자라는 이유로 대중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주목받는 이유중에는 그녀의 은밀하고 감춰진 매력, 예를 들면 드러나지
않는 사생활에서 오는 호기심과 지저분한 스캔들이 없다는 것도 있었다.
아주 시급한 일 혹은 중요한 표결 때문에 자리를 꼭 지켜야 할 때를 제외하면 오후 6시전에
퇴근한다는 것을 철칙처럼 지켜오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다.
사실 그녀에게는 지체자애를 지닌 남동생이 있었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는 철저하게
사생활을 숨기고 살아왔었다.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남동생 우페와 독일로 휴가를 떠나는 배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우페역시 사라졌다가 섬에서 발견되어 요양원에 입원되었다.
몇 개월전 살인사건현장에 출동했다가 괴한들의 총격으로 동료를 잃는 칼은 직설적이고
개성있는 성격때문에 경찰서내에서는 요주의 인물로 통한다.
그런 그에게 국가적으로 중요했던 미해결 사건을 재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의 팀장자리가 주어지고
컴컴한 지하사무실에서 출신불명의 중동인 아사드와 함께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매력적인 웃음소리에 반해 결혼했던 부인 비가와는 별거중인데도 그녀가 데려온 의붓아들을 키우고
있는 칼은 가끔 아름다운 여성에게 마음이 끌리긴 하지만 총격사건의 후유증으로 공황장애를 앓게된다.
총격사건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동료에게 죽여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칼은 그럴 마음이 없다.
칼은 사건수사팀의 첫번째 사건으로 메레테실종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엉뚱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번뜩이는 아사드의 도움으로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서게 된다.
아주 오래전 일어났던 교통사고에서 발생된 불행한 인물들의 미래와 복수, 그리고 권력세력의
미묘한 힘의 대결까지 골고루 버무려진 수작이라 하겠다.
너무 진부하거나 지지부진하지 않고 적당히 긴장을 붙잡는 스토리가 밤늦도록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외상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리는 칼 형사의 상처는 이 사건을 쫓으면서 서서히 깊어지다가 마지막에
가슴의 통증이 사라지면서 스스로 치유의 길을 찾은 셈이다.
끔찍한 사건현장에서 수시로 위험에 처해야 하는 경찰들의 어려움과 끈끈한 동료애, 직무유기의
한심한 경찰들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특별수사반 Q의 칼과 알쏭달쏭한 그의 조수 아사드는 다음 사건에서도 훌륭한 짝꿍이 될것 같다.
분명 다음 시리즈가 나올 것 같은 기다려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