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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줘서 고마워요 - 사랑PD가 만난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
유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있을 때 잘해!'
우스개 소리로 가볍게 말했던 이 한마디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무겁게 다가온다.
살짝 내성적인 성격에 한 때는 학생운동에 심취했던 남자가 방송국 PD가 되었다.
그야말로 인간냄새가 물씬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한
그의 '사랑찾아 삼만리'는 눈물없이 볼 수없는 '드라마'로 탄생되었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에 아프게 고여있다.
말기 위암으로 사랑하는 두 아이를 두고 하늘 나라로 가버린 '풀빵엄마'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엄마는 약해지면 안되는 거잖아요."
하며 밝은 미소를 보냈던 그녀는 아마도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났을 것이다.
누가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창원과 영란의 가슴절절한 사랑이야기와 아픈 이별도
'엄지공주'선아씨와 '안녕, 아빠'의 준호씨..
'그 때,배웠다. 편견의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음을, 선입견의 귀를 닫아야
마침내 들리는 것들이 있음을 말이다.'-258p
유해진PD가 만났던 사람들은 우리가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한 것들을 귀가 열려있어도
듣지 못한 '소중한 그 무엇'을 일깨워준 사람들이다.
혹시 '휴먼다큐'라는 포장지로 위장된 '상업'으로 비쳐질까봐 자괴심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찍고 말하고 전할수 밖에 없었던 PD의 프로정신은 따뜻한 그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로는 관객에서 뛰쳐나와 무대에 뛰어올라가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하면서 만났던 특별한
사람들과는 여전히 '공적'인 관계가 아닌 '사적'인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공부못하는 아들때문에 속상한 엄마,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도
그저 살아만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누군가 간절히 원했던 '내일'을 지금 내가 아무 댓가 없이 살고 있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느 곳에 뜨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세상 어딘가에
진정한 사랑이 꽃피고 있음을 반드시 알리겠다고 소심한 성격을 고쳐가며 뛰고 있을
PD에게 전하고 싶다.
"잊고 있던 사랑을 기억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곁에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