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지옥에 가다
이서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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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악마의 동전'역시 아주 독특한 소재로 한국사의 과거를 돌아보게 했던 이서규작가의 신작

'스님, 지옥에가다'역시 가슴아픈 한국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념의 희생자였던 주인공 '휘문스님'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간신히 탈출하여 부산 범어사로

몸을 피하게 된다. 양구 황태사의 주지승인 '홍안스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휘문'과 '혜장 '스님은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게 된 한국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건의 빌미였음을 알게된다.

현세의 업을 소멸하기 위해 수행하는 수도자들의 고단한 삶과 욕망과 더러움이 드끓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야차들을 보노라면 지옥이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깊은 산속의 산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범인을 쫓으며 과거 살육의 현장에서 비겁하게 살아남은

'휘문'의 트라우마와 역시 전쟁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과거가 교차되면서 과연 인간의

선과 악의 경계가 어디인지 생각하게 된다.

 

 

 

'먼곳에 있는 부처를 찾지 말고 내 곁에 있는 부처를 보라'는 '혜장스님'의 말은

지옥과도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7개국어에 능통하다는 작가가 이렇듯 우리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해진다.

대학시절 짝사랑하던 여인에게 걷어 차인 뒤 울적한 마음으로 나섰던 산사여행에서

만난 스님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소설의 탄생은 한국 불교의 역사와

성찰이 없이는 쓰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서규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느껴진다. 하지만 간단히 기술된 그의 프로필만으로는

그의 지나온 시간들을 짐작하는데 아쉬움이 있다.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지나온 우리 아픈 역사를 교묘하게

조합한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해 완성도가 뛰어나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행들을 보면 우리는 어느 지옥에 떨어질 것인가

생각해본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지옥에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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