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먹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생명을 유지시키는 힘뿐만아니라 맛있는 것을 즐기는 기쁨을 준다.

경사스런 일이 있을 때에도 서로 음식을 나누는 일이 즐겁지만 삶에 지쳤거나 우울할 때 혹은

몸에 병이났을 때 문득 어머님이 해주시던 따뜻한 음식이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몹시 화가 났을 때 배가 부를 때까지 먹고 나서 포만감이 느껴지면 스스르 화가 풀린다는

친구도 있다. 심리학자들 말로는 배가 부르면 화를 유발시키는 물질이 억제된다고 하니 나처럼

화가 잦은 사람든 뚱보가 되기 십상이다.

'달팽이 식당'의 오가와 이토는 음식에 남다른 추억이나 안목이 있는 모양이다.

이 책에 소개된 음식을 글로만 접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있다.

 

 

'생굴과 복숭아 콤포트에는 훈제 생선으로 풍미를 더한 무스 상태의 크림을 올렸다. 조금 올린 캐비어가

멋진 악센트가 되어 입속에서 터졌다...중략..세벤 지장에서 재배한 양파에 파타네그라종이라는 돼지로

만든 초리소를 사이에 한 장 한 장 끼워 넣어 밀푀유로 완성해 캐러멜 소스로 구운 요리는 수많은 셰프의

요리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본문  114~115p

 

이 정도로 읽는 독자들의 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그려내려면 자신이 미식가의 수준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음식이 인간의 몸뿐만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작품이다.

치매로 입원한 할머니는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언젠가 후지산을 닮은 모양의 빙수를 맛있게 먹던

모습을 기억해낸 손녀가 여름 한낮의 뜨거움을 이기고 기어이 배달해온 빙수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라든지,

내일이면 결혼하는 외동딸을 혼자 남을 아버지를 위해 마지막으로 된장국을 끓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했던 레스토랑을 찾아가 마치 살아있는 남편과 마주하여

추억의 음식을 즐기는 환영에 빠진 할머니의 모습도 감동스럽다.

누구에게나 한 두가지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비싼 재료가 아니었어도 내 간절한 어느 시기에 나와 함께 했던 음식.

그리고 그 음식에 얽힌 사람과 기억들.

흔히 TV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나오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어려서 엄마나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역자의 말처럼 다 읽고 "잘 읽었습니다"대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해야만 할 것같다.

그리고 덕분에 가난해진 마음이 오랜만에 넉넉해졌습니다..라고.

일곱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 '따뜻함을 드세요'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따뜻한 음식으로 허기지고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료를 받았고 읽은 독자들 역시 넉넉함을 나누어 받은 맛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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