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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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던 한 소녀의 죽음에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거친 듯 하지만 묘하게 영혼을 흔드는 것 같은 음색을 지닌 못생긴 아이 인주는 어느 날

학교 뒷편의 연못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자살로 추정되는 그 사건에 같은 성악반 동기인 아름다운 소녀 연두와 엄청난 재력가 집안의

딸인 지연이 얽혀있다.

일등을 향해 누구라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아이들의 비틀어진 심리와 그런 아이들을 조종하는

어른들의 야만스런 심리가 잘 그려진 작품이다.

 

 

'연못 위에서 일 등과 이 등이 사진을 찍으면 이 등이 사라진다.'

'연못 위에서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가 사진이 찍히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다.'

얼핏 같아 보이지만 다른 괴담.

어느 시대 어느 학교든 괴담 한 두개 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괴담은 단순히 이 학교에만 전해지는 괴담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전해진 괴담이다.

부러운 외모를 타고 났지만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연두, 그리고 그런 언니를 둔

못생긴 동생 연지..늘 그림자로만 살아가야 하는 아이의 절망과 증오는 급기야 살의를

느끼게 되고 라이벌을 제거하고 싶어하는 지연과 묘한 동질감을 갖게한다.

 

 

'사실, 학교는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위험한 아이들로 가득하다.

누가 위험인물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터지기 전에는.'-96p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뒤처지는 외모때문에 주목받지 못해던, 그래서 평범한 아이였던

인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으로써 특별해졌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죽음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어두운 십대에 갇힌 아이들이 더러운 어른들의 세계를 흉내내고 있는 현실이 암담하게 다가온다.

꿈이 아닌 욕망을, 친구가 아닌 라이벌을, 사랑을 배우기전에 증오부터 배우는 이 시대의 아이들이

아프게 느껴진다.

한 소녀의 죽음과 연이어 사라지는 아이들의 행적을 쫒는 기법으로 잠시도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들지만 결국 범인은 증오를 가진 모든 아이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증오로 사라질지도 모를 피해자이기도 하고.

이 시대가 만들어낸 괴담에 사라지는 아이들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헛된 것일까.

읽는 내내 차가운 방에 갇힌 것 같은 섬뜩함이 지금도 사라지질 않는다.

사라지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봐야 하는 이 시대의 싸늘함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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