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영예 - 콘돌리자 라이스, 불꽃처럼 산 워싱턴 시절의 기록
콘돌리자 라이스 지음, 정윤미 옮김 / 진성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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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9.11테러사건 1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전세계를 경약케 만든 비극의 그날이 더욱 더 가슴아프게 새겨진 여성이 바로 콘돌리자 라이스였다.

인종차별이 유독 심한 앨라배마 주 버밍업 출신으로 학자에서 외교 업무 전문가로 조지 W. 부시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그녀는 국무장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최초의 흑인여성이 되었다.

전세계의 정치와 경제의 주도권을 지닌 미국의 국무장관이라면 정말 대단한 영예의 자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뒤를 이어 더 큰 영예를 얻은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있긴 하지만 전세계를 자신의

앞마당처럼 누벼야 하는 고된 외교업무를 맡은 사람이 여성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흑인이라니..

2004년 9.11 테러사건 청문회에서 쏟아지던 비난을 냉철한 답변으로 극복하고 부시정부의 핵심인사로

떠오르게 된 그녀의 8년간의 백악관 생활은 순간마다 치열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녀가 재직하는 동안 부시의 외교정책은 그리 환영받을 만한 업적이 되지 못했었다.

어쩌면 콘돌리자가 운이 없었을지 모르겠다. 태평성대를 맞은 좋은 시절이었다면 그녀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지도 모를일이고.

하지만 다소 호전적이라고 평가받는 부시정부를 그렇게라도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철두철미하고

서두르는 법없이 냉철했던 카리스마 덕분이 아니었을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후대 자신의 평가가 어떠할지 늘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9.11은 정치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큰 타격이었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미리 입수한 알카에다의 테러정보를 숙고하지 못한 자책으로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할 주홍글씨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이 비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드끓던 청문회를 진정시키고 되돌아 나오면서 인간으로서의

고뇌때문에 힘들어 하는 장면에서는 냉혹한 정치인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케된다.

딸을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에게 늘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여성의 몸이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을 온몸으로 감당해내며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숨가쁜 일기를 보며 존경과 더불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오히려 그녀가 인종차별을 받는 흑인이었기에 최고의 영예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약소국의 사람들이나

아랫사람들에게도 권위적이지 않고 억압과 차별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활약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초석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치밀한 그녀의 성격답게 자신이 걸어온, 아니 뛰어온 8년간의 기록이 자세하게 기록된 이 책은 그녀의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일기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그녀가 자서전을 내기에는 아직 할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기에 열정적인 그녀의 남은 시간들이 궁금해진다.

때로는 스포츠 광팬의 모습으로 때로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자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그녀의 다음 변신은

무엇일지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분명 콘돌리자는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제 몫 이상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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