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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 세트 - 전2권 ㅣ 암향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후기에서 작가는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 예친왕과 장비, 오삼계와 진원원, 그리고 목수황제로 유명했던
명의 희종과 송의 휘종등 실제했던 인물들과 예전 중국의 옛이름이었던 청과 명, 송과 금나라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소설에 등장했던 조나라와 순나라는 아마도 이 나라들의 시대적 배경을 따온 모양이었다.
실제하지 않았으나 실제 했을 것 같은 나라와 어느 묻혀진 역사에서 반드시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은
작가의 박식한 역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백년간 전쟁중인 조와 순나라는 화친의 미명아래 순나라 황녀 하문예아를 조나라의 예친왕 아순청라사륜과
혼인하게된다. 하문예아는 순나라의 대장군인 악재후의 양자 악무일과 정혼한 사이였지만 악재후가 역모의
죄인으로 몰려 처형당하고 양부를 고발한 악무일의 변심과 외삼촌 정현왕의 술수로 적국의 왕비로 내쳐지게
된다. 잔인무도하기로 유명한 조나라의 예친왕 사륜은 혼인식이 끝나자 신부인 예아를 멀리하고 합방조차 하지
않는다.
![크기변환_사진 1033.jpg 크기변환_사진 1033.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329/64829/1/20120910_143342_c143f96baf164154254d78685ae15331.jpg)
순나라를 위해 죽어가는 대장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아는 첩자가 되기로 하고 조나라의 황실을 염탐하기에
이른다. 조국인 순나라는 목수일과 시를 짓는 일에 빠진 무능한 황제로 인해 도탄에 빠져있고 그 틈을 노린 간신배들이
서로 황제가 되기 위해 역모의 음모로 얼룩져 있고 백성들은 과도한 세금과 노동으로 지쳐있었다.
냉정하고 이지적인 사륜과의 혼인이 단지 화친의 명분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사륜의
핏줄에 얽힌 비밀도 밝혀지면서 예아와 사륜은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다.
순나라의 첩자로 사랑하는 사람을 속여야 하는 예아는 더러운 핏줄이라는 열등감에 상처입고 어둠을 무서워하는
사륜의 아픔을 끌어 안음으로써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역사의 한 조각 한 조각을 끌어와 새로운 나라와 인물을 구성시킨 작가의 역량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허구인줄을 알면서도 결말을 향해 치닫는 숨가쁜 스토리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권력을 탐하는 인간들의 음모와 술수들...그리고 참된 충성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을만큼 치밀하게 얽혀있는
스토리들로 마치 내 자신이 조나라와 순나라의 경계선에 서있는 예아가 된 기분이었다.
![크기변환_사진 1034.jpg 크기변환_사진 1034.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329/64829/1/20120910_143357_6cd17bebc69ccbe832e43aafd1ef3543.jpg)
우리들의 인생에 수없이 나타나는 복잡한 길들처럼 한 순간의 선택들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고 죄없는 백성들의
운명이 달려있다.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죄인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무일의 운명이 가슴 아팠다.
무고함을 알면서도 무일에게 굴레를 씌울 수밖에 없는 책략가 사륜의 고뇌도 냉정하지만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그분의 뜻이 순에 있다면, 그 순은 어떤 순입니까? 하문 가문의 순입니까, 아니면 순의 영토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순입니까?" -310p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륜과 나라를 지키는 것보다
백성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던 예아의 용기가 참으로 대견스럽다.
사랑과 권력, 그리고 끊임없이 결단을 내려야 했던 전사들의 치열한 심리전이 교차된 이 소설은 동양적인 환타지 소설로
읽는 내내 매화향이 그득한 사륜의 비밀스런 정원속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아름답고 슬프고 마지막에는 행복했다.
그리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분명 비범한 인물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어느 시대에선가 핍박받고 결국은 꽃을 피우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비연'이라는 예사스럽지 않은 필명에서 비밀스럽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숨어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