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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 ㅣ 디 아더스 The Others 10
사이먼 밴 부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바람도 없이 나뭇잎이 흔들리면 지구 건너편 어디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이 공기중에 흩어져 작은 파장을 만들고 가슴아픈 떨림들이 전해져 오는 것이죠.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누군가 울고 있을 겁니다.
지구 곳곳 어디에선가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고 영원히 뜨거울 것만 같았던 사랑이 식어 이별을
하기도 하겠죠. 더러는 사랑했던 사람을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 이들도 있을겁니다.
이렇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슴아픈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열 아홉가지가 실려있습니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한 소년이 열다섯 살이 되는 아침을 맞기도 하고 병상위에서 고통받던
환자가 막 하늘나라로 떠나기도 하는 그런 어느 날!
그토록 먹고 싶던 딸기조차 제 손으로 집어 먹지 못한 남자는 오래전 자신의 품안에서 죽어가던
연인을 떠올립니다.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던 딸기의 향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눈시울이
얼큰해졌습니다.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와 겨우 6개월을 살다 떠난 아이를 가슴속에 묻은 러시아 출신의 한 사내는
딸아이의 묘지위에 떨어진 인간의심장과 크기와 무게가 같다는 사과를 뉴욕의 땅에 묻습니다.
이제 뉴욕의 한 가운데에는 백 그루 이상의 러시아 사과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한 사내의
아픔과 추억을 간직한 채, 딸아이의 심장과도 같은 사과들이 울창하게 열릴 것입니다.
'더 이상 신을 믿지도 않는다면서 기도는 해서 뭐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도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161p
나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한 적이 있었던가.
'인생을 하루로 비교했을 때, 아직 아침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이미 헤엄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이 질투심에 불타올라 그들을 끌어올리기 전까지, 상상의 바다에서 늘 헤엄치고 있기 때문이다.'-293p
나는 지금 하루의 어디쯤에 서있는 것일까요.
무심코 내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다들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어머니이고 아들이며 딸들일 것입니다.
나름의 환경속에서 서로를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것.
인생은 소소한 사건들이 모인 박물관과 같다는 작가의 말에 동감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바로 이순간 어디에선가 또 사랑이 시작되고 이별도 할 것입니다.
박물관 같은 세상속에서 내가 아는 혹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들은 계속되고 있을겁니다.
작가가 추천한 스톡홀름의 디플로맷 호텔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싶습니다.
아니 재주만 있다면 글쓰기도 하고 싶습니다.
아마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대한민국의 어느 섬에 있는 내가 이 책을 읽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겁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서로가 알지 못한 채로 비밀스럽게 흘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