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평화롭고 포근한 어느 날 저녁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아름다운 여인

알렉스는 한 남자에 의해 납치를 당한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더러운 창고에 갇힌 채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 후 허공에 떠있는 자그마한 새장속에 갇힌 그녀는 옴싹할수도 없는

공간에 갇혀 입맛을 다시는 쥐에게 뜯겨먹을 처지에서도 기지를 발휘하여 탈출을 감행한다.

도대체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한 남자는 누구인가.

처음부터 무자비하게 몰아부치는 사건의 소용돌이속에서 나는 잠시 혼란에 빠진다.

 

 

간호사출신의 이 여인이 당한 불행에 분노할 겨를도 없이 연이어 벌어지는 참혹한 살인들.

더구나 황산을 목구멍에 들이부어 녹아내린 시신의 모습을 차마 떠올리기조차 힘들다.

때로는 나탈리로 때로는 로라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 여인에게 무슨 과거가 있었던 걸까.

사랑하는 여인 역시 납치되어 살해당한 상처를 지닌 140cm의 단신 형사 반장 카미유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릴 이 사건을 맡지 않기 노력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연쇄살인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칠수록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고 유명한 화가였지만

자신의 삶에만 열중하다가 가버린 어머니와의 애증문제와도 마주하게 된다.

행방불명된 아들의 행방을 쫓던 아버지의 엇나간 부성애로 비롯된 납치사건은 연쇄살인사건의

정체를 밝히는 기폭제가 되고 단신의 형사반장팀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알렉스는 사라지고 만다.

작가는 깊은 상처를 지닌 반장을 통해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을 지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진실의 냄새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족간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무자비한 폭력과 그로 인해 운명이 바뀐 슬픈 소녀의 이야기.

침을 뱉어주고 싶을만큼 비열한 범인과의 고도의 심리수사장면이 압권이다.

능글거리면서 단신의 수사반장을 비웃는 그를 향해 그는 마지막에 일격을 날린다. 통쾌하게.

 

 

'그런데 지금 우리한테 가장 절실한 미덕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정의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528p

 

수사하는 내내 으르렁 거리던 예심판사의 마지막 대사는 바로 작가의 말이 아닐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김으로써 조바심치는 독자를 깊이 끌어들이는

작가의 수법이 멋지다.

우리는 진실을 알지만 진실보다는 정의를 택하면서 내심 작가와 공범이 된듯한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하늘나라에 간 알렉스에게 이 마지막 장면은 크게 위로가

될 수 있을테니까. 알렉스도 카미유도 깊은 상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만큼

멋진 반전의 결말이 작가가 상처투성이의 그들에게 보낸 위안의 처방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살인적인 더위를 잊을만큼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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