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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도시기행 - 역사, 건축, 예술, 음악이 있는 상쾌한 이탈리아 문화산책
정태남 글.사진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 사람보다 더 이탈리아를 잘 아는 대한민국의 남자 정태남은 30년 이상
이탈리아 로마에서 지내오고 있고 이탈리아 대통령으로 부터 기사훈장을 받은
'넥타이를 맨 보헤미안'으로서 전생에는 분명 이탈리안이었을 것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사이지만 역사, 미술, 음악, 언어등 여러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지닌 그가 바라본 이탈리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땅 그자체가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2/07/31/17/hyunho0305_3461129466.jpg)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3배정도가 되는 이탈리아는 저마다 개성이 있는 도시가
모여 국가를 이룬 형태로 특히 북부와 남부의 묘한 대립은 우리의 영호남의 모습처럼
뚜렷히 구분되는 것 같다.
2천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의 곳곳에서는 섬세하고 우아한 건물들이 즐비하고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역사적인 인물들의 동상들이 곳곳에 세워져있는 생생한 '이야기의 나라'
로 몽환적인 분위기 물씬 풍기는 도시를 만나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2/07/31/17/hyunho0305_6890296135.jpg)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07/31/17/hyunho0305_4070464501.jpg)
물의 도시 베니스..이탈리아 표기로는 베네치아라고 하는 이 곳에서는 '오 솔레미오'를
부르는 것을 금지한 적이 있는데 북부의 아름다운 미항 나폴리의 노래인데다 은근히 남부
이탈리아를 깔보는 북부 이탈이아인들의 오만함이 느껴져 그들 역시 지역감정에 예민한
민족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이탈리아의 수도이며 지구상에서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가장 오래된 도시 로마는 약 2800년 전
테베레강변 일곱 개의 언덕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로마'라는 지명은 '로물루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책이 일반 여행서와 차별화 되는 것은 이방인이 단순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글이 아닌
그 지방마다의 기원과 특색, 그리고 역사와 문화까지 섭렵해야만 알 수 있는 사실들이 풍요롭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지적인 수준과 문화적인 재능이 이런 경지에 이르도록 했겠지만
깃발을 달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여행이나 가장 밑바닥의 생활까지 섭렵해보겠다고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호기롭게 떠나는 배낭여행과는 너무나 다른 지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은 이탈리아를
직접 여행하고 온 사람보다 더한 충만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찮은 골목길이나 버려진 듯한 돌무더기에서도 오래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걸 아는 저자는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알고 나서 길을 걸으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시작한다고 조언한다.
'로마의 휴일'에서 청순한 모습의 공주로 스페인 광장의 트레비분수에서 아름다움을 뽑내던
오드리 헵번의 모습만 기억하는 나로서는 광장이름의 유래부터 알고 시작하는 셈이니 조금 더
남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이탈리아를 거쳐간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현존하는 문명에 이르기까지 포만감을 느낀
멋진 여행이었다. 다만 이 아름다운 여행에 소매치기와 도둑들이 끼어들어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내가 이탈리아를 간다면 완전무장으로 그들을 이길 예방법을 익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