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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적 같은 일 - 바닷가 새 터를 만나고 사람의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송성영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6월
평점 :
스스로는 '느린 사람'이라고 하지만 가족들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 한다는
글 쓰는 농부 송성영의 '타향 정착기'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1년여전쯤 나역시 낯선 섬으로 이주를 했고 여전히 '외지인'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모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그가 13여년을 살던 공주를 떠나 고흥의 바닷가에 새집을 짓고 '고흥사람'이
되기까지 3년여간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호남고속철도가 지나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을 떠나야 했던 울분과
아내가 꿍쳐놓은 적은 돈으로 새 터전을 찾아 전국을 헤매었던 고생담이 진솔하게 펼쳐져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곳에서 낳고 자란 아이들에게
친구와 이별을 하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을 해야하는 과제를 안겨줘야 하는 부담은 몹시도 컸을 것이다.
약간의 원고료와 강의료, 그리고 돈으로 바꾸어 생계를 꾸리기에는 많이 모자라 보이는 유기농 농꾼 남편의
수입을 한탄하면서도 다락같은 자존심을 지켜주는 아내의 모습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귀농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누구나 이런 삶을 한번 쯤은 꿈꾸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전화선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에 교통편도 편의시설도 부족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잠시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잠시 쉬러 오는 곳으로야 좋겠지만 아예 닻을 내리고 살아야 한다면 말이다.
더구나 살면서 집 짓는거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집을 짓는 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역시 시골집을 헐고 집을 짓고 있는 중이라 그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땅을 사고 허가를 내고 자재를 옮기고 일꾼들 시중을 들어가며 목조주택을 올리는 과정을 보니
그래도 인덕이 있어 그 짧은 시간에 그 적은 비용으로 멋진 집을 지었구나 싶었다.
땅을 소개해주고 토지 허가 사용서까지 받아주는 이웃이 많지는 않다. 더구나 땔감이 떨어질만하면
여기저기서 나무를 나누어 주는 인정스런 사람들을 만났다니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던 모양이지.
느린 성격덕에 느긋하게 지었던 농사도 대풍이었다니 '비우니 채워지더라'는 그의 소신을 슬쩍
배워보고 싶은 심정이다.
나무 한 그루도 제 것이 아니니 함부로 베지 못하고 키우던 강아지가 이웃이 놓은 독약을 먹고
죽자 미움대신 용서로 되갚음을 하는 멋진 남자이기도 하다.
시골 오지에서 나올 생각은 없으면서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누구보다 '욱'하는 열정가이기도 한
그가 꿈꾸는 세상은 오히려 너무나 단순해서 복잡한 현대에서는 도저히 이루어 질 것 같지 않은
유토피아처럼 느껴진다.
'재미있게 놀다와라 잉'
하며 학교가는 아들녀석들을 배웅한다는 아버지 송성영은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한 아들에게
손재주가 좋으니 장인이 되든 농부가 되든 멋지게 살아가라고 응원하는 별난 사람이기도 하다.
적당히 줄서고 적당히 섞이면서 돈과 명예를 좇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 남자의 당당한 삶을 보니
텃세 심하다고 가슴앓이 하는 내 모습이 심히 부끄럽다.
서재하나 꾸며 책 친구들이나 만들어 볼까하는 계획이 있던 나로서는 신이 나서 '작은 도서관'을
꾸며 나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부부의 소박한 삶이 어찌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내가 있는 곳에서 고흥은 한 시간 거리...수소문 할 것도 없이 이미 고흥에서는 소문이 났을 법한
그의 멋진 집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