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슬 시티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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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영화나 소설을 봤던것 같다. 하지만 기존의 비슷한 드라마와 다르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아직 어리다면 어린 소년, 소녀들이며 작가또한 이 들 또래의 학생이란 점이다.

굉장한 독서광이었다는 소개글처럼 아마 이 학생작가는 책과 영화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는 바이슬 시티라는 섬을 소재로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곳에서 차용되어 왔다.

 

 

본토에서 불과 두어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이 섬이 과연 수십년동안 철저하게

단절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의문스럽긴하다.

샌프란시스코 앞 바다에 떠있는 알카트라즈감옥역시 단절의 영역이었지만 기어이 탈옥을

했던 죄수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바이슬 시티에서 산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섬 밖의 다른

세상에 대한 의문이 없을 수 있을까.

어쨋든 본토와의 암묵적인 계약에 의해 범죄자들이 집단이주하여 도시를 이루고 나름대로

국가적인 면모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흥미있는 주제이다.

살인과 납치가 판을 치는 요즘 범죄자들을 싹쓸어서 어딘가 다시는 나올수 없는 공간에

가둬버리고 싶은 생각은 해보던 차이기 때문이다.

흔히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곳인 바이슬 시티의 '개구리'들은 단순히

세뇌되고 편리함에 안주하여 '도전'이나 개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시멘트 믹서라 불리우는 학교에는 세뇌된 교장과 교사들에 의해 허접한 교육이 진행되고

마약과 고문으로 아이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반개혁파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공간일 뿐이다.

이런 곳에 아버지도 모르고 엄마는 매춘부인 '시드니'는 왕따가 되어 건성으로 학교를 다닐 뿐이다.

꿈도 이상도 없는 이 소년은 우연히 만난 경찰 체이스와 함께 마약단속에 나섰다가 '외부'에서

친구를 대신하여 바이슬을 구하기 위해 온 데미안을 만나게 된다.

 

 

수십년에 걸친 바이슬 시티를 붕괴시키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어린 소년,소녀들이었다.

이미 세뇌되고 정체된 삶을 사는 어른들이 정의의 칼을 뽑아들기에는 너무 나약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역사이래로 폭력과 고문이 선한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는 있지만 정의로운 길을 막을수는 없었듯이

봇물처럼 터진 어린아이들의 외침이 드디어 독재를 종식시키고 범죄조직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만든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십대 청소년들에게 있어 한 그룹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속해 있을 만한 공동체를 찾아 방황하기도 한다.' -211p

 

그래서일까. 학교폭력이 사회의 심각한 위험으로 대두되는 요즘 학교마다 폭력서클이 조직되어 있고

그들만의 서열을 정해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청소년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 아닐까.

쯧쯧 혀를 차다가도 나는 이 소설속에 나오는 소년들처럼 희망을 놓치 않기로 했다.

 

'검은 양과 흰 양 사이의 경계가 붕괴될 거에요. 사람의 피부색으로 서로를 차별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듯,

털의 색으로 양을 차별하는 건 멍청한 행동이에요. 털의 색은 선과 악을 상징하지 않아요. 그들이 가진 신념만이

선악을 구분 짓는 거에요.' -353p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경계벽이 너무나 많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선과 악한 자를, 돈과 명예로 구분지어져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들을 이들이

신념으로 허물어 뜨리기를 바란다.

적당히 악과 협의하고 안일함과 나태함에 물든 기성세대를 향해 크게 소리치기를 바란다.

'검은 눈을 뜨게 하라. 더 이상 더러운 비밀과 눈물과 폭력은 없다.'고.

마치 미국드라마의 범죄영화를 보는듯한 장면이 겹치기도 했던 이 소설을 어린 학생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작품이다. 이 재능이 활짝 꽃피워 불멸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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