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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평점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사막에 뜬 별처럼 고독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 뻥 뚫린 구멍사이로 찬 바람이 오가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돌풍때문에 지붕이 날아가고 뿌연 황사까지 먼길을 달려왔다는 소식을 들어서였을까.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04/04/17/hyunho0305_0586126331.jpg)
'여행이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생각만으로 이미 시작이다. 때로는 과거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일 또한 추억하는 동안은 현재 진행형이다.....은밀히 말하면, 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여행을 하지 않고서 여행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고,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하듯 살지 않는 것 또한 여행이다. 여행의 반대말은 삶의 끝. 그러니 당신은 사는 동안 여행자.'
-본문중에서-
하긴 우린 어느 별에서 지구로 구경온 여행객이란 말도 있고 인생역시 지금 이시간을 잠시 머물다가는
객이란 말도 있으니 그의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우린 모두 지금 같은 시간을 여행하는 먼 우주에서 온
여행객이라.
그러면서도 늘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방랑객이기도 하다.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모두 떠나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처럼 이렇게 훌쩍 일년이상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집세든 연금이든 차곡차곡 나오는 곳이 있어 돈걱정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거나...
딸린 식구들이 자신의 존재를 버거워하여 어디론가 좀 가주기를 바란다거나..
전생으로 부터 유전한 집시의 기운이 넘쳐 어디 한군데에 엉덩이를 붙박아 살 수 없다거나...해야할 것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힘으로 이렇게 세상을 떠돌고 있을까.
유명 관광지를 깃발따라 움직이는 단체여행객도 아니고 마땅히 쉴만한 숙소조차 없었다는 이란이며 그루지아,
아르메니아라니..모스크의 마당에서 추위와 모기에게 제몸을 내주면서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남자의 속마음이
내내 궁금했다. 때때로 '너'라거나 '당신'이라고 표현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
그 길 끝에 만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짐을 꾸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따듯하고 안락한 침대를 포기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때로는 부럽고 때로는 어리석게 느껴진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04/04/17/hyunho0305_4694522966.jpg)
고작 그에게 감동을 주었던 사람들은 코흘리개 엄마이거나 선한 눈망울을 가진 어린아이이거나
따듯한 차한잔을 나누어 주었던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니 그가 사람을 짚어내는 저울은 소박하고
눈높이는 겸손하다고 느껴진다.
하긴 그런 감성을 지닌 그 이기에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가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만날일이
없었을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의 체취가 물씬 실려있다.
한결같이 분칠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이 느껴진다.
안개처럼 뿌옇고 쓸쓸하고 처연한 그의 글보다 사진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함께 흘러간다는 동지 의식에 사로잡혀 서로에게 살가운 인사를 하고
굳이 나를 발설하지 않아도 기분좋았다는 그의 여정에 동참한 내내 모두가 사는게 다 그만그만하고
나나 당신이나 사랑하는 부모도, 형제도, 연인도, 모두가 인생의 아주 짧은 부분만 같이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너무 자주 인식시켜 주어서 고독했다. 그리고 나 역시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라는 것을
당신이 알게 해주어서 사는 동안 내가 가보지 못할 '그 곳'들이 너무 아쉬워서 한숨지어야 했다.
그래도 당신, 다음 여정에 또 불러주기를...이렇게라도 '그 곳'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기를..
부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