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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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사막에 뜬 별처럼 고독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 뻥 뚫린 구멍사이로 찬 바람이 오가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돌풍때문에 지붕이 날아가고 뿌연 황사까지 먼길을 달려왔다는 소식을 들어서였을까.

 

 

'여행이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생각만으로 이미 시작이다. 때로는 과거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일 또한 추억하는 동안은 현재 진행형이다.....은밀히 말하면, 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여행을 하지 않고서 여행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고,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하듯 살지 않는 것 또한 여행이다. 여행의 반대말은 삶의 끝. 그러니 당신은 사는 동안 여행자.'

-본문중에서-

 

하긴 우린 어느 별에서 지구로 구경온 여행객이란 말도 있고 인생역시 지금 이시간을 잠시 머물다가는

객이란 말도 있으니 그의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우린 모두 지금 같은 시간을 여행하는 먼 우주에서 온

여행객이라.

그러면서도 늘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방랑객이기도 하다.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모두 떠나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처럼 이렇게 훌쩍 일년이상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집세든 연금이든 차곡차곡 나오는 곳이 있어 돈걱정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거나...

딸린 식구들이 자신의 존재를 버거워하여 어디론가 좀 가주기를 바란다거나..

전생으로 부터 유전한 집시의 기운이 넘쳐 어디 한군데에 엉덩이를 붙박아 살 수 없다거나...해야할 것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힘으로 이렇게 세상을 떠돌고 있을까.

유명 관광지를 깃발따라 움직이는 단체여행객도 아니고 마땅히 쉴만한 숙소조차 없었다는 이란이며 그루지아,

아르메니아라니..모스크의 마당에서 추위와 모기에게 제몸을 내주면서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남자의 속마음이

내내 궁금했다. 때때로 '너'라거나 '당신'이라고 표현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

그 길 끝에 만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짐을 꾸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따듯하고 안락한 침대를 포기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때로는 부럽고 때로는 어리석게 느껴진다.

 

 

고작 그에게 감동을 주었던 사람들은 코흘리개 엄마이거나 선한 눈망울을 가진 어린아이이거나

따듯한 차한잔을 나누어 주었던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니 그가 사람을 짚어내는 저울은 소박하고

눈높이는 겸손하다고 느껴진다.

하긴 그런 감성을 지닌 그 이기에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가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만날일이

없었을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의 체취가 물씬 실려있다.

한결같이 분칠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이 느껴진다.

안개처럼 뿌옇고 쓸쓸하고 처연한 그의 글보다 사진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함께 흘러간다는 동지 의식에 사로잡혀 서로에게 살가운 인사를 하고

굳이 나를 발설하지 않아도 기분좋았다는 그의 여정에 동참한 내내 모두가 사는게 다 그만그만하고

나나 당신이나 사랑하는 부모도, 형제도, 연인도, 모두가 인생의 아주 짧은 부분만 같이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너무 자주 인식시켜 주어서 고독했다. 그리고 나 역시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라는 것을

당신이 알게 해주어서 사는 동안 내가 가보지 못할 '그 곳'들이 너무 아쉬워서 한숨지어야 했다.

그래도 당신, 다음 여정에 또 불러주기를...이렇게라도 '그 곳'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기를..

부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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