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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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참 느낌있다.

추격자에서 표정없는 얼굴의 냉혹한 살인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난 그가 차가운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중견 배우를 아버지를 두었기에 별 어려움없이 배우의 길을 들어섰으리라고도 생각했다.

잘생긴 얼굴이라기 보다 무표정속에 숨어있는 많은 표정을 숨긴 개성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뜬금없이 그림 에세이를 들고 나와 의아스럽게도 했다.

하지만 이 남자...참 멋있다.

자신의 성격을 A형의 소심함에 내성적이라고 얘기했지만 털털하고 외곬수적인 기질도 엿보인다.

 

 

대본을 보면서 이렇게 빼곡하게 메모를 하고 준비하는 배우라니 그의 연기가 어찌 진솔하지 않겠는가.

도끼를 휘두르면서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우리를 경악케했던 살인마의 이미지는 이런 그의 노력덕분이었을 것이다.

근래 들어 이렇게 차분하고 정갈한 글씨체를 보지 못했었다. 혹시 알고 있을까? 글씨체에서도 인품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의 표지에는 세계적 거장 김흥수화백이 극찬한 하정우의 그림 60여전이 수록되어있다고 써있다.

사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다방면에 재주를 가진 경우가 많다. 특히 미술가의 경우는 바람끼도 있다지.

사랑이 예술을 승화시키고 촉진시키는 발화점이 되는 모양인지 늘 열정에 휩싸여 뜨거운 사랑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가 아주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내온 사랑이 있다는 고백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몰래 숨어서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닌 평범하고 편안한 사랑이 그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 나조차도 그의 그림이 참 좋다.

솔직하고 편안하고 위트가 넘친다. 다만 짙은 블루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그의 그림속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그의 삶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있는 것 같아 든든하고

잘 나가는 배우이지만 회비를 걷어 술값을 계산하는 모습들이 가식없이  편안하다.

멋진 집을 짓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일을 대할 때 그의 눈빛은 완벽을 향해 이미 열려있고 최선을 다해 그 길을 갈 것이므로.

수 십년 후 우리는 피카소 못지않은 인상파 화가 하정우의 그림값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어려서 살았던 잠원동 집의 잔뜩 낙서했다던 화장실 문이라도 어떻게 구해놔야 하지 않을까.

배우로서 화가로서 멋진 인생을 살아갈 그의 재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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