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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ㅣ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평점 :
수십년만에 친한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아주 오래전 책이 귀하던 시절, 독서의 즐거움을 알기전..최초로 만난 책이 바로 셜록 홈즈였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어린 소녀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어느새 왓슨 박사가 된 기분이었다.
이렇듯 무지한 소녀를 책의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인도했던 셜록 홈즈는 아주 오랫동안 내 기억에서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수십년만에 딱하니 내곁에 다시 등장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별난 친구덕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왓슨은 이 작품을 쓰지 않고는 홈즈 시리즈는 완성될 수 없다고 했다.
다 맞춰놓은 그림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납작 모자를 쓴 사나이'와 '실크 하우스'에 관련된 모험담이다.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두 사건은 얼핏 개별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서로 얽혀있었다.
화창하고 따뜻한 계절보다는 늘 안개가 끼고 춥고 음습한 것이 더 친숙한 영국의 베이커가의 모습은
친숙하게 다가온다.
결혼생활의 안락함에 빠진 왓슨이었지만 잠시 짬이 생기자 친구인 셜록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오랫만에
베이커 가221B번지를 찾아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서로 떨어져 살고 있었지만 셜록은 잠시동안의 집중력만으로도 왓슨의 생활을 유추해낸다.
그러는 동안 30대의 남자 카스테어스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셜록이 겪었던 어떤 사건보다도 잔인한 사건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그림 도난사건처럼 보였지만 뒤이어 살인사건으로 연결되고 다시 복수가 시작된다.
예전처럼 콤비가 되어 사건을 추적하면서 어린 소년,소녀가 죽임을 당하고 사건현장에는 하얀 실크 리본이 남겨져 있다.
아주 드물게 등장했던 일곱살 연상인 홈즈의 형 '마이크로포트'는 홈즈의 부탁으로 '실크 하우스'에 대해 알아보지만
정부의 막후에서 힘을 발휘하던 형마저도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한다.
과연 '실크 하우스의 비밀'은 무엇일까.
아편을 수입하여 비밀스럽게 거래하는 조직일까. 그 이면에는 막강한 권력이 숨어있고 조종하는 것일까.
사건을 풀어가면서 나 역시 '실크 하우스'의 존재가 무엇일지 너무 궁금했다.
홈즈가 겪은 가장 잔인한 사건답게 소녀를 죽인 범인으로 몰린 홈즈는 감옥에 수감되고 사형을 예감되면서
왓슨은 절망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기발하게 감옥을 탈출한 홈즈는 살인마를 찾아 실크하우스에 다다른게 된다.
단지 추리소설속에 등장하는 추악함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끔찍한 진실이 숨어있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이 같은 범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저질스런 형태의
죄악이면서도 아름다운 실크 리본으로 위장된 더러운 인간들의 등장이 혐오스러웠다.
그래도 기다란 매부리코에 반짝 빛이 나는 눈빛으로 이들의 뒤를 쫒는 홈즈와 왓슨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힘이나고 손에 땀이 흐른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홈즈와 왓슨은 생명이 위태로울만큼 위험한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맞는다.
아...왓슨의 고백대로라면 이 사건 11년후에 홈즈는 사망하게 된다.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지만 이 작품으로나마 부활한 홈즈와 그의 영원한 친구 왓슨은 영원한 안식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을 사랑하는 독자가 여전히 많고 그의 작품은 수십년동안 읽혀지고 있다.
이렇게라도 그들의 활약상을 다시볼 수 있다니 꿈만같다.
코난 도일의 작품은 아니지만 대작가 왓슨의 시각으로 다시 태어난 셜록 홈즈의 미개봉 사건화일은
왓슨이 100년동안 원고의 봉투를 개봉하면 안된다는 사항을 첨부할 만큼 충격적이고 기이하다.
물론 홈즈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멋지에 해결해냈다.
파이프를 문 그의 모습을 그린 표지만으로도 가슴설레였던 멋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