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5-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5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참으로 놀라운 책이다.

과거와 현재, 아버지와 딸의 기억들을 교차시켜 역사를 일으켜 세웠다는 점이 단연 압권이다.

영화 '트와잇라잇'의 무대보다 거대한 스케일에 수백년에 걸친 유럽의 역사를 생생하게 살려내어

이 소설이 허구가 아닌 실제의 역사인 듯 다가온다.

실제로 드라큘라백작이 무자비한 폭군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 대지에 '피'를 뿌렸기에 흡혈귀라는 전설로 이어졌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유럽 어느 나라의 수도원 지하묘지에 어둠속에 서 있는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고 등뒤가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전설속의 드라큐라와 그의 일당들이 지금도

존재하는 것 같은 오싹함때문에 어깨에 담요를 두르고 들기에도 힘들만큼의 부피를 지닌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로시교수와 폴, 그리고 헬렌이 쫒았던 '그놈'들의 존재를 나도 꼭 확인하고 싶었기때문이었다.

백지로 엮어진 괴기한 책속에 살아있는 듯 그려졌던 용의 그림을 발견한 특별한 사람들처럼 나도

어느 날 그 책을 전달받은 느낌이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누군가에게 그 책을 전달 받는 순간 사람들은 '그놈'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놈'들의 몫이다.

 

 

전설과 영화속에서나 존재했던 뱀파이어들이 우리들 속에 여전히 존재한다면?

세 번 피를 빨려야 완전한 흡혈귀가 된다지만 그 전까지 '그놈'들은 교묘하게 우리와

섞여도 알 수가 없다. 십자가와 성수와 마늘의 효과를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스탐불과 헝가리,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로 이어지는 무서운 여행에 동행하게 되면

결국 우리들도 이 것들의 도움을 간절하게 바라게 될 것이다.

드라큘라의 피를 이어받은 헬렌은 더럽혀진 자신의 피를 더이상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그녀를 사랑하게 된 폴은 존경하는 로시의 행방을 찾기위해 유럽에 흩어져 있는 드라큘라의

역사를 수집하게 된다.

 

 

죽었지만 살아있는 드라큘라를 영원히 잠재우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은 계속되고

그들을 쫒는 놈들의 공격은 잔혹하기만 하다.

퍼즐조각을 맞춰가는 이들의 여정은 단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 땅에서 영원히 놈들을 없애기 위해 더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로운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한 발 한 발 놈들의 심장을 향해 다가간다.

어린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던 헬렌은 과거의

진실을 알고 진심으로 아버지를 끌어안게 된다.

역시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하는 힘이 된다. 부모의 사랑이든 연인의 사랑이든.

 

'역사의 뒤안길은 마룻바닥, 또는 손끝에 닿는 탁자만큼이나 현실적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시대의 사람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살아 숨쉬고 느끼고 생각하고 또 우리처럼

죽어갔다.'-245p

 

오랜시간 공을 들인 작가의 작품답게 빈 구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치밀하고 실제적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를 진정한 '히스토리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과거의 시간들도 손끝에 닿는 식탁만큼이나 현실적이라는 그녀의 말에 동감한다.

그렇기에 진정한 히스토리언 들은 실제했던..하지만 지금은 죽어있는 시간들을

현실로 되살려내는 것이 숙명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영화 판권으로 팔렸다는 이 원작이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10년이 걸려 자료를 수집하고 첫 데뷔작으로 이 책을 썼다는 저자에게

경의를 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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