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이병동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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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세번만 울어야 한다고 듣고 자랐던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무척이나 고독했겠다.

60~70년대의 가난한 시절...9식구의 가장으로서 어깨에 큰 짐을 근엄함으로 덮고

혼자 외로웠을 아버지의 기록이다.

자상함이란 건 찾아 볼수 없고 무뚝뚝하고 짜기만 했던 아버지!

그게 이 저자가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었다.

고향 집 다락방에서 건져낸 일기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유난히 몸이 약해 경제활동을 제대로 못했던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죽을까봐 육성회비 한번 밀린 적이 없고 살아생전 내내

가계부와 일기장을 썼던 아버지가 과연 몇분이나 될까.

저자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분이었다.

희미한 사진속에 있는 촌스럽고 무표정한 얼굴속에는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고뇌와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그리고 홀연히 먼저 떠난 아버지에 대한 사무친 정이 숨겨져있다.

고생하신 할머니와 어머니가 효도한번 못받고 먼저 떠날까 걱정하던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분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불효막심한 자식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막내아들인 저자는 이제 한 아이를 둔 아버지가 되어서야 진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늘 그렇다.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때에 와서야 지나간 시간들을

붙잡을 수 없음을....먼저 떠난 사람들은 사랑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게 된다.

자신은 겨우 한 아이의 아버지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짊어졌을 삶의 무게에

비해 턱없이 가벼움에도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짊은 무겁다고..탄식한다.

가난한 살림에도 귀한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신문으로 세상을 알고자 했던 아버지여서

그런지 세상을 읽는 눈과 인생의 깊이가 남다르다.

남자대 남자로 아버지대 아버지고 마주서서 나누는 대화는 가슴이 먹먹하고 따뜻하다.

조금만 오래 살아서 막내의 행복한 결혼생활을...자신의 아이를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회한의 글에서는 내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온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 다정한 말 한마디...나눠준 기억이 없는 내 아버지의 삶도 고독하고

힘들었을까. 마지막까지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당부하는 모습에서

왈칵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그래...아버지의 마음은 그런 것이다.

어느 날...예비고사도 없이 누구나 될 수 있는게 아버지다.

하지만 이렇듯 세세하게 자신의 역사를 기록한 아버지는 드물다.

문득 아버지가 되지만 진짜 제대로 된 아버지가 되려면 이 아버지의 기록을 꼭 한번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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