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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평점 :
정신적인 자양분이 될 문화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실랄하게 파헤친 책이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문화 컨텐츠의 구성이 탄탄하고 '문화생활'을 여유있게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강국이 되었고 GNP2만불의 여유로움을 가졌음에도 정작 '문화생활'은 여전히
강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책속에 있었다.
쿼터제가 없어진 영화산업도 미래가 불투명하고 약육강식의 방송가의 뒷이야기는 씁쓸하기만 하다.
잘나가는 연예인도 있겠지만 밥먹고 살기 힘든 연예인과 방송종사자가 너무 많은것은 가슴아픈 현실이다.
방송국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방송작가나 빈곤과 배고픔에 죽음을 맞이한 작가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풍요속에 빈곤'이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니겠는가.
연극배우가 소원이었던 시절 미래의 가난이 싫어 현실과 타협하고 적당히 기름진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여전히 배고픈 배우들이 넘쳐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현실을 보노라면
못다한 배우로의 꿈을 접은 것이 잘한 일만 같이 씁쓸하다.
iT강국의 국민들은 이제 온세상과 통하는 전화하나로 무장하고 책을 덮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더불어 시와 소설을 써서 혹은 출판을 해서 먹고 살기는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란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현하는 배우들 중에도 주인공 배우 몇을 제외하면 여전히 노후를 걱정하고 있고
심지어 출현로나 제작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니 이런 기막힌 현실을 일반인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한류열풍이 몰아쳐 미주나 유럽까지 열광하고 있다니 그저 우리나라의 문화가 이제야
세계에 빛을 발하는구나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많은 예술인중에 극히 일부분이라는 얘기다.
마치 오리가 유유히 물위를 떠다니는 듯 싶으나 물밑에는 엄청난 물차기를 하듯이 그들을 떠받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비로서 깨닫게 된다.
'돈 없이는 문화도 없다'는게 이 책의 결론이다.
함부로 꺼내기도 힘든 문화의 어둠속의 진실을 경제적인 논리로 제대로 풀어헤친 것을 보니 졸부들의
서재에 꽂힌 먼지 앉은 전집을 보는 느낌이다. 화려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때로는 잊혀지는 존재들처럼.
진정한 부(富)란 돈뿐만 아니라 바로 문화의 섭취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돈이 개입되지 않으면 비루 먹은 당나귀같은 존재일 뿐이다.
연극이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배고픔을 이기며 대학로로 홍대앞으로 몰리는 젊은이들이 있어 그나마
미래에 희망을 걸어본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 즐김을 위해 선뜻 주머니를 열 사람들이
없다면 사하라 사막처럼 피폐해질 것만 같아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인류는 책이 있어 이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9P
어찌보면 딱딱한 학문같기도한 경제학을 공부한 저자가 이렇듯 풍부한 지식을 곁들인 책을 쓸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가 어려서 부터 읽은 책 때문일것이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다.
책 한권만이라도 삭막한 가슴에 심어보자. 뭐든 솟아나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