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사랑하는 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린 여자는

결국 죽음으로 가는 길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라디오방송국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범죄자를

설득하기 위해 전직인 심리학자로 급작스럽게 투입된다.

사랑하는 여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지만 그녀가 살아있을것이라고 믿고 인질극을 벌이는

정신과의사 얀은 자신의 여자인 '레오니'를 찾아내지 않으면 인질을 하나씩 죽일것이라고 협박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두 사람이 범죄자와 협상가로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인질극은 또 하나의 음모로 밝혀지고 이 모든 사건의 열쇠는 사라진 '레오니'가 가지고 있다.

인질을 살리려면 레오니를 찾아야 한다. 과연 그녀는 살아있기는 한 것일까.

독일 전국에 이 사건이 생중계되고 얀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이 구호를 외친다면 인질을 1명씩 풀어주겠다고 한다.

"101.5 방송을 듣고 있어요. 이제 인질을 1명 풀어주세요!"

인질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모든 매체를 동원하여 이 사건을 생중계하지만 결국 첫 희생자가 나오고 만다.

이 소설은 수애가 라디오 방송국 DJ로 나온 '심야의 FM'이라는 영화를 연상케한다.

인질을 매개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범죄자는 당연히 댓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얀에게는 묘한 연민이 느껴진다.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고서라도 사랑하는 여인을 찾겠다는 열정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치밀하게 짜여진 그의 인질극에는 죽음보다는 살리고 싶다는 의지가 더 엿보인다.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미스터리는 무딘 뇌를 거칠게 압박한다.

진짜 범인과 그를 돕는 배신자의 등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어서 당황스럽다.

살아있을때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하고 상대의 아픔을 같이 해주지 못한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는 엄마의

모성을 보니 나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심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 해피엔딩을 선택한 작가의 선량함이 너무 맘에 든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급박한 상황들이 영상으로 떠오르고 선이 악을 이기는 마지막 장면은

이긴줄 알았던 게임에 쐬기를 박듯 마지막 카드를 던지는 심리학자 '이라'의 득의만만한 미소가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