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미술관 1
랄프 이자우 지음, 안상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아름다운 소년 '모모'는 아주 오래전에 감동스럽게 읽었던 미하일 엔데의 소설이다.

여전히 집필중인지 궁금하게 생각했는데 그가 추천했다는 '거짓의 미술관'을 보니 과연 짜임새가 상당한 수작이다.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의견은 지금까지도 불가사의한 문제이다.

'창조론'인지 '진화론'인지는 인류의 영원한 수수께끼가 아닐까.

신의 영역인것처럼 보이는 이 문제에 도전장을 던진 사람이 있다.

더 우월한 종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과학자 혹은 이상주의자는 독일의 나치말고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혹은 양성의 결합없이도 스스로 번식하고 완벽한 삶을 사는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 인간들은 과학의 힘을 빌어 끔찍한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비한 바이올렛의 눈동자를 지닌 알렉스는 과학자겸 기자로서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저서로

'지적 설계 진흥상'인 이데아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수상식이 끝난후 루브르 박물관 침입사건에 가담되었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만다.  이 사건에 이어 전 세계에서 일어난 미술품 도난 사건에도 알렉스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없어진 그림에 가입되어 있는 보험회사의 조사원 다윈은 연쇄도난사건에 투입되어 알렉스와 조우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신비한 여자 알렉스! 그녀는 없어진 그림이 전하는 범인의 메세지를

읽어내고 뒤이어 일어날 도난사건을 예견하게 된다.

비밀에 휩싸인 그녀의 과거와 맞물려 이 사건은 단순한 미술품도난사건이 아닌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된

복제인간의 복수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된다.

 

'우리의 존재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주장한다면 과학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말이야.

과학은 자연의 맹목적인 작용이 우주의 유일한 힘이라고 설명하고, 선악의 구분도 거부해.

(중략)우연을 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사람, 도덕과 윤리를 착각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사람은 그 누구 앞에서도 자신의 행위를 해명할 필요가 없어.' -92p

 

인간은 이제 복제동물뿐아니라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질병을 치료할 목적이든 더 나은 인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든 이 문제는 과연 과학이 어디까지를 행할 수

있어야 하는지...목적이 분명하다면 어떤 실험도 가능한 것인지..그리고 그의 산물인 '그 어떤 생명'의

가치와 권리는 어떻게 부여되어야 하는지를 심도있게 생각하게 한다.

 

단지 한개의 사과와 이불과 모자...이런 그림속에 숨어있는 메세지를 풀어나가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기만 하다.

죽은 듯 멈춰있던 그림들이 갑자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양성의 인간들의 존재와 고통도 그대로 전해졌다.

누구든 자신이 원해서 이 세상에 나온 생명체는 없다.

정상적인 몸과 신체의 정의가 어떠하든 이 세상에 나온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

 

무모한 과학으로 슬픈 운명을 안고 태어나야 했던 인간들이 '거짓의 미술관'을 통해 우리에게 알리려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인류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이 단지 허구가 아닌 사실이 되는 시대가 왔기때문이다.

이기적인 인간에게 저자는 선과 악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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