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5 - 천하를 취하게 할 막걸리가 온다!
이종규 지음, 김용회 그림, 허시명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좀 더 일찍 알아봤어야 했다. 우리 것이면서도 우리가 소홀히 대했던 '막걸리'가 이제서야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우리 조상들과 희비애락을 같이 한 '우리의 술'이 그동안 겪어온 서글픔이 안타깝기만 하다.

'밀주'로 멍들고 명맥이 끊기는 위기도 여러번이었다. 카바이트를 섞었다는 오명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악평도 꿋꿋이 견디고 오늘에까지 이른 '막걸리'가 지금 이렇게 열풍에

휩쌓인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가 아닌 외국에서였기에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주막'을 내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막걸리'를 배우는 일이었다.

시간은 없고 어디에서 배워야 할지도 막막했다. 결국 찾아낸 곳이 파주에 있는 '막걸리학교'였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막걸리' 비슷한 정도를 만들 수 있게 된 지금 이 책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온다. 마침 감수하신 허시명선생이 '막걸리학교'의 교장이었다니..멀리서 뵌 것 같기도 하다.

 





 

우리 곁에 부쩍 가깝게 다가온 막걸리가 반가우면서도 '옛맛'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었다. 나 역시 '막걸리'의 참맛은 모르고 있었다.

좋아하던 '소주'보다 달달하면서 가벼운 그 맛이 나쁘지 않았는데 품평회에 나온

전통주를 맛보고 일반 시중 막걸리가 맛이 없었다는 취재기처럼 나역시 이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천연 생막걸리가 더 좋다.

누룩냄새가 살짝 나기도 하고 텁텁한 맛이 나기도 하지만 만드는 환경에 따라 그때 그때에

따라 달라지는 술맛을 기대하는 것도 또한 쏠쏠한 재미가 되었다.

 

 

 

맛있는 막걸리를 빗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명맥이 끊기게 된 전통주를 살려내는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감동스럽기만 하다.

실제 이런 노력으로 살아난 우리술이 있을 것이다.

 





 



 

아직 이름이 생소한 '이화주'역시 손품이 많이 드는 고급 전통주이다.

쌀을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씻고 불려서 쌀가루를 만든 다음 오리알정도의 크기로

쌀누룩을 빗고 50여일을 기다려 얻은 귀한 누룩으로 만든 '이화주'의 맛은 기가 막히다.

걸쭉한 이 술을 나도 빚어 보았다. 다행히 선생님이 만들었던 맛과 비슷하게 만들어져

이웃분들과 시음을 하니 모두가 자꾸 입맛에 땡긴다는 찬사를 들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섬에서도 '원조할매막걸리'가 나온다.

하지만 연세가 너무 들어 올해까지만 만드신다고 한다. 이런 전통주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솜씨가 부족한 내가 이어받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할머니께 항아리를 얻어다 막걸리를 빚으면서 녹록치 않은 육체의 노동이 버거울 때도 있다.

우리술의 역사와 과학적인 매카니즘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철부지 손자가 결국 할머니의

술을 재현하기에 애쓰는 과정이 감동스러웠던 '대작'은 상술과 음모를 뛰어넘어 결국

해피엔딩으로 잘 익은 술처럼 향기를 남기고 있다.

전국의 주조장을 돌며 취재를 하고 원료부터 환경에 이르기까지 '술'이 완성되는 모든

과정을 담은 이 책은 '막걸리'의 사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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