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아래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아이가 무참하게 살해되었다면?

더구나 자그맣고 여린 몸뚱아리를 처참하게 능욕당한 뒤 발거벗겨 버려졌다면?

잡힌 범인이 7년여의 형을 살고 모든 죄를 씻은 양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과연 법의 잣대로 그들의 죄를 정확히 환산한 것일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가 존속하는 나라는 이제 많지 않다.

사람을 죽이는 죄야말로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죄일 것이다.

하지만 살인중에서도 어린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끔찍하게 죽이는 자들이야 말로

이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할만한 댓가를 치뤄야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인격이라는 것이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상권을 보호하는등 인간다운 대접(?)을 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과연 그들에게도 인격이란 것이 있고 법은 그 것을 보호해주어야 하는가.

 



 

이런 파렴치한 성범죄자들을 연쇄로 살인하는 일명 ’상송’이란 킬러에게 면죄부를 주어야

하는 것일지 나는 내내 갈등했다.

악(惡)을 악(惡)으로 갚는 일은 선(善)인가.

 

사랑하는 딸을 잃고 미쳐버린 아내와 어린 여동생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어둠의

시간을 지나온 나가세형사는 ’상송’이라 자칭하는 범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안에도 상송이 있습니다." -228p

 

한 어린아이의 죽음 뒤에는 가족들의 슬픔과 지워버릴 수 없는 어둔 기억이 평생을 뒤따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법에 정한 기한대로 교도소에 갇혀있다 나온 범인들은 너무도 당당하다.

심지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살아가는 죄인들도 있다.

 



 

이 작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묘사가 상당히 뛰어나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제 삼자들의 심리도 섬세하게 드러난다.

소설로만 끝나는 이야기였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이 소설은 지금 우리 사회에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실화이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성애자로서 스스로 단죄를 하려는 범인에게 연민이라도 느껴야

하는 것일까.

 

미스터리의 특성은 반전이다. 중반을 접어들면서 이미 범인을 눈치챘다고 확신했던

나는 마지막 10장을 남겨두고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또 넘어가고 말았다. 생각지도 않은 범인의 모습에 작가의 트릭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단순히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와는 다르다. 한 인간의 죽음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둠속에 갇혀 고통속에 살아가야 하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지금도 저 문밖에는 늑대의 눈으로 천사같은 아이들에게 침을 흘리는 수많은

성범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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