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바둑도 그렇지만 야구경기를 인생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력도 좋아야 하고 머리도 써야하며 선수들간에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점에서 그럴듯한 비유이다.

공을 던지는 사람은 공을 쳐야하는 사람과 심리전을 벌여야 하고 공을 받아주는 사람과는 어떤 공을

보내고 받을 것인가를 소통해야 한다.

공을 고르고 1루, 2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오는 어찌보면 간단한 게임의 룰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모든 심리와 역할이 잘 분업화되어있다.

'콜드게임'이라는 제목으로 보면 분명 야구경기를 연상시킨다.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인 고시엔

대회는 고사하고 지역예선전에서 미역국을 먹은 미츠야가 이 소설의 주축이어서일까.

사건이 전개되고 초조하게 이어갈 수록 야구대회의 전광판에 나타나는 점수가 번쩍 연상이 된다.

투수와 타자간의 대결이기도 하고 투수와 포수간의 교감이 이어지기도 하는 야구장의 모습과

닮은 무대가 펼쳐진다.

 

과연 누가 우승을 할 것인가. 그것도 콜드게임으로?

 

어느 날,진로를 고민하는 고3 미츠야를 비롯하여 4년전 기타중학교 2학년 3반이었던 아이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메일이나 편지로 배달되는 공포의 메세지를 받은 아이들이

하나 둘 희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과격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료타와 비교적 이성적인

사고력을 지닌 미츠야는 이 사건의 뒤에 자신들이 왕따를 시켰던 히로요시가 있음을 알게된다.

일명 '왕따'라는 대명사를 남기게 된 일본의 이런 문화가 한 인간과 그의 가족을 비롯하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맞아죽는 개구리도 억울하지만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배척하고 따돌림하는 것은

바로 어제 우리나라 해병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을 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너한테는 좋은 놈이어도, 다른 사람에게는 터무니없는 악인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너야말로,

알고는 있냐(중략) 너희에게는 아무려나 좋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는 거다. 그런 몰랐습니다.로는 끝나지 않는 일도 있어. 그건 기억해둬라." -370p

 

의도적이었든 장난이었든 군중심리에 휩쓸려 한 아이를 왕따시키고 괴롭히고 또 부당한 일임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그 것은 비겁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보다 말리지 않고 침묵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끝내 죽음으로 향한 히로요시를 보면서 깨닫게 된다.

우리 역시 이런 무심함으로 세상을 본 적이 얼마나 많던가.

폭력만이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무관심과 침묵이 더 큰 비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 일곱 살은 말이지...좀 어설프고 건방지더라도, 살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효도란다." -224p

 

동료에게 총을 겨누고 자살을 시도했던 해병대원도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날렸던 수많은 아이들에게도

미츠야엄마의 이 간절한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왕따라는 독특한 소재와 청소년 문화를 잘 접목시킨 '콜드게임'은 결국 사건이 끝난 후 남은 아이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긴 셈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게임에 빠져 지금도 어디선가 누구인가를 괴롭히고 히히덕거리는

아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보았으면 한다.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비극이 되는 지를 알게된다면

지금이라도 그 비겁한 행동을 부끄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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