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새 날다
구경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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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때로 살인의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을 때, 법망을 벗어나서

교묘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놈이 있을 때 그저 법은 멀고 사람하나 사서 손을 봐주고 싶거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처럼 리볼보하나 구해 상대의 시커먼 심장을 향해 멋지게 한 방

날려보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8년전에 위암으로 죽은 아내의 사인이 그녀가 양말장사를 하던 터를 제공했던 국제상사의

사장 황명순여사가 준 스트레스라니.

다소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 아버지는 서른이 된 딸아이와 아직 이십대인 아들녀석에게

엉뚱한 명령을 내린다. 이른바, 아내를 죽인 복수를 위해 아들은 염탐꾼으로 국제상사에

취직을 시키고 딸과 자신은 행동대장으로 나서기로 한다.

 

세계각국에서 온 냉장고 자석을 수집한다거나 동네 여인들과 고스톱판을 벌이거나 사마귀를

실로 묶어 도로 횡단 내기 같은 것을 하는 황여사가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살인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딸인 은수는 굳이 죽일 것까지야 있겠나 싶어 확인작업에 들어가기로 한다.

총을 쏘기위해 총탄을 장전하는 것처럼.

황여사의 말투가 거슬리기는 했다. 그래서 독설과 조롱으로 탄알 하나 장전!

쓰잘데기 없이 모여서 도박과 남 흉을 즐기는 것으로 탄알 하나 또 장전!

살아있는 사마귀를 죽음으로 내몰았으니 생명경시로 또 하나 장전!

 

은수는 황명순을 죽이는 일에 참여하지 않으면 쫓아내겠다는 아버지의 엄포에 못이겨 할 수

없이 이 일에 동참하면서도 명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황명순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의외의 아픔이 있음을 알게된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버린 그녀의 아들!

황명순은 은수를 통해 가슴에 묻었던 아픔을 끄집어내고 위안을 받게된다.

국제상사에 취직한 경수는 같은 직원 미스리와 사랑에 빠지고.

 

뭔가 수상한 약을 먹어가며 복수에 열중하는 아버지와 얼떨결에 동참한 아들과 딸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결코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멀리서 보면 인정머리 없고 생각없이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여도 나름대로 사연도 아픔도

다 깃들어 있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첫눈이 푸짐하게 오는 어느 날! 결행에 나선 아버지는 과연 황명순을 죽일 수 있었을까.

평생 고생만 시킨 아내의 죽음을 남에게 뒤집어 씌우고 싶었던 아버지의 고통과

자식을 잃고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면서 사소한 관심에도 위로를 받는 황명순!

우리속에는 아버지와 황명순과 은수의 모습이 같이 살고 있다.

날지 못하는 키위새지만 언제가는 훨훨 날아오르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상처투성이인

현실을 견디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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