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 현장의 인문학, 생활 속의 인문학 캠페인
구효서 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이 시대를 이끄는 지성이 생각하는 인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인문학하면 얼핏 어렵고 골치아픈 학문이라고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많은 지성인들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인문학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도덕과 철학과 종교와 역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와 물이 필요한 것 처럼 우리의 인생이 단단해 지려면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인문학은 인생의 필수요소인 셈이다.





정민교수의 다산이 머물렀던 강진의 동천여사와 사의재에 대한 이야기는 다산의
긴 유배시절에 그의 곁을 지켰던 인물들과 그가 유유자적하던 백운동과 백년사의
아름다움이 절절히 녹아있다.
황병기가 그린 다산은 유배의 고통을 함께 나눈 지인들의 이야기이다.
진보의 왕 정조가 정략적으로 이용한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 다가온다.
마음으로 사랑하는 신하이건만 당쟁으로 어쩔 수 없이 내쳐진 인물들의
억울하고 고단한 삶을 보니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바람처럼 스러져간 야생화의
삶이 차라리 낫지 싶다.
특히 눈을 끄는 곳은 역사학자 이이화의 남존여비 사회의 세 여성의 삶이었다.
실제보다 과장스럽게 그려진 면도 있겠지만 고통을 인내하고 어진 아내와 어미로
한국여인의 표상이 된 신사임당이 죽음 직전 남편에게 재혼을 하지말라던 당부는
무엇때문이었을까. 혹시 계모의 설움에 시달릴 아이들을 생각했을까. 결국 아내의
당부를 무시하고 재혼을 한 남편으로 하여 자식인 율곡이이는 후에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신사임당의 우려가 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랑 없는 남편과 먼저 세상을 떠난 두 아이..스물 일곱이라는 어어쁜 나이에 세상을
떠난 허난설헌의 삶은 너무나 눈물겹다.
조선에 여인으로 태어난 것이 한(恨)이라는 말이 너무나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더구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내를 힘에 겨워했던 소심한 남편의 몰골이라니.




차라리 뭇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아야 했던 기생 황진이의 삶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대부의 무능을 농락하고 자신의 끼를 아낌없이 발휘한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으니까.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몰랐던 서울 이야기 또한 흥미롭기만 하다.
서울안에 목장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려니와 그에 따른 지명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정통한 지식들을 골라내어 구성한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서재에 꽂힌 지식이 아닌 말 그대로 '길위에' 있는 살아있는
인문서인 셈이다.
혹여라도 인문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편한 맘으로 인문을 만날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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